[연재소설/붉은 도끼[42]]5부. 조선인 다케시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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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붉은 도끼[42]]5부. 조선인 다케시 (7) -
  • 이형중
  • 승인 2024.07.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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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으니 나가 보아라.”

그날 저녁 비서실장을 데리고 최고급 술집으로 갔다. 최고급 룸에 들어가 술을 시킨 다음 아가씨 다섯 명을 불러 모두 옷을 벗게 했다. 처음에는 망설이는 듯 하더니 비서실장이 현금을 듬뿍 집어주자 모두 옷을 벗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아가씨들이 다섯 명이나 나를 둘러싸고 있는데도 성적인 반응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아가씨들이 차례로 따라주는 양주를 바로바로 받아마셨다. 술을 따른 아가씨에게는 팁을 주니 서로 술을 따르려고 줄을 섰다. 아가씨들도 꾀가 있는지라 양주는 조금 넣고 물과 얼음을 잔뜩 넣어 바쳤다. 안 그랬다가는 금방 술에 떨어져 팁을 받을 기회조차 모두 날아가 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었다. 비서실장에게 한두 잔 건네준 것 말고는 혼자 양주 한 병을 다 비우고 나니 어지간히 취기가 올랐다.

“회장님 우리는요. 우리도 술을 한 잔 마셔야 회장님을 모실 것 아녜요.”

아가씨들 사이에는 누가 나를 잠자리까지 모실 것인지 미리부터 수 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 양주 두 병을 더 시켜 아가씨들도 같이 마시게 했다. 나는 술집에 들어오기 전에 비서실장에게 미리 귀띔해 놓았었다. 내가 쓰러지거든 즉각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약조를 해 놓았다. 양주가 다섯 병이나 비워지자 더 이상 술을 이겨 내기가 힘들었다. 나는 일부러 의식을 잃은 채 고개를 앞으로 꺾었다. 비서실장이 나를 들쳐 엎었다. 술집 문을 나서는 내 등 뒤에서 아가씨들이 아쉬운 듯 난리를 쳤다.

비서실장이 집까지 데려와 거실 소파에 나를 내려놓았다. 에리코가 난생 처음 보는 내 모습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에리코에게 나를 인계한 비서실장은 곧장 돌아갔다. 에리코가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에리코의 어머니가 거실로 나왔다.

“방으로 데려가서 침대에 눕혀. 옷을 벗기고 편안하게 해주고 꿀물을 타서 먹이도록 해.”

에리코가 나를 일으켜 세우려고 겨드랑이 밑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술에 취해 있어도 에리코의 머리냄새가 났다. 무작정 늘어져 있으면 에리코 혼자 방으로 데려가는 걸 포기할 것 같아 적당히 협조를 해주었다.

방안으로 들어와 침대 가까이 다가왔을 때 몸을 던져 벌렁 누웠다. 에리코가 잠시 비틀거리다 내 곁으로 다가와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상의를 모두 벗기고 바지를 벗기려고 했을 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양팔을 벌려 에리코를 꽉 끌어안았다. 그런 다음 에리코의 몸을 번쩍 들어 침대 위에 눕혔다. 에리코는 반항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에리코가 상체를 일으켜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나는 술을 이겨내느라 숨을 몰아쉬었다. 에리코가 양 손바닥을 뻗어 내 볼을 감쌌다.

“다케시. 이래도 소용없어요. 당신이 아는 에리코는 조선에서 마츠오와 함께 죽었어요. 오늘 일은 제가 잘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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