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울산 소상공인]“기억 남는 공간 만들려 홀로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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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울산 소상공인]“기억 남는 공간 만들려 홀로 고군분투”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4.07.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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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중구 중앙동 문화의 거리 폐병원을 리모델링 해 문을 연 ‘어라운드 울산’. 기존 공간의 분위기를 살려 조용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도록 내부를 고쳤다.
▲ 이선용 어라운드 울산 대표.
울산 중구 중앙동 문화의 거리 일대에 5년째 운영 중인 3층 건물이 하나 있다. 공간의 대표 이선용씨는 지난 2019년 버려진 폐병원을 리모델링해 ‘어라운드 울산’을 개업했다.

개업 전 해당 건물은 폐업 이후 마땅한 사용처를 찾지 못해 8~9년간 방치된 폐병원이었다. 병원장의 부인이 가끔 건물을 찾아 관리할 뿐 방치돼 있던 공간에 이 대표는 겁 없이 발을 들였다.

그는 사업을 시작할 목적으로, 울산으로 내려와 공간을 찾던 중 식당 뿐 아니라 공연과 전시를 병행할 수 있을 정도 크기의 3층 건물을 우연한 계기로 발견했다. 이후 원 공간의 분위기를 살려 조용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도록 내부를 고쳤다.

그러나 의지가 가득했던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대표는 “1인 기업을 하나 운영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가게가 지금처럼 자리 잡기 전까지 겪은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로 ‘사업 기획뿐 아닌 경영과 관련된 일을 모두 혼자 담당하는 것’을 꼽았다.

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 등 재정 운용을 비롯해 인사부터 노무, 회계까지 혼자 진행하느라 그는 밤낮없이 책상에 붙들려 있었던 날이 정말 많았다고 했다. 심지어 양식당의 메뉴 개발과 요리까지 스스로 담당하면서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고 회고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찾아주는 방문객들에게 ‘흔하지 않은 특별한 공간’이 되길 바라며 건물 2층에서 격주로 꾸준히 재즈 공연을 진행하는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잊지 않았다. 일부 방문객은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어라운드 울산을 찾았다가 1층 식당만의 특별한 생면 파스타를 맛보고 단골이 되기도 했다.

또 ‘문화의 거리’라는 명성에 걸맞게 3층에선 매주 다채로운 전시를 유치해 지역 예술가들을 모았다. 건축 당시 사용한 나무색 몰딩과 채 다 뜯어내지 않은 타일 벽 등 30년이 훌쩍 넘은 건물의 원래 형태를 유지한 공간 특유의 감성 덕에 지역 예술가들이 꾸준히 모여들었다.

5년간 그는 같은 자리에서 꾸준히 사업을 하며 관찰한 문화의 거리를 ‘따뜻하고 조용한 것이 매력인 걷기 좋은 거리’라고 평했다. 울산의 대표적인 번화가로 불리는 삼산동에 비해 큰 도로가 없어 소음이 적고, 주차장이 많아 비교적 천천히 걸어 움직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이 대표는 “멀리서도 눈에 들어오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커다란 간판으로 시선을 후킹(Hooking)하는 전략을 사용하지 않고, 구석에 있더라도 멀리서도 찾아올 수 있는 특색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또 시판 중인 건조면을 사용하지 않고 가게에서 직접 제면한 생면을 사용하는 등 어라운드 울산만의 정체성을 찾아내기 위한 다양한 레시피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또 끊임없는 수리와 내부 공간 배치를 고쳐가며, 지역 주민들과의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끝으로 “엔진이 꺼지면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도 머무를 수 없는 비행기처럼 끊임없이 발전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다”며 “언젠가 가게 문을 닫게 되더라도 지역 주민들에게 기억에 남는 공간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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