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특산물이 사라진다]아열대 작물로 전환, 지자체 적극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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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특산물이 사라진다]아열대 작물로 전환, 지자체 적극 지원 필요
  • 정혜윤 기자
  • 승인 2024.07.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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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을 포함한 전국이 아열대 기후에 접어들며 관찰되지 않던 어종과 조류가 목격되고, 기존 과수·농작물 생태에 피해가 가는 등 기후 변화의 과도기를 겪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발빠르게 아열대 기후 맞춤 농작물 관리와 지원에 나섰다. 울산은 일부 농가에서 아열대 과수와 농작물 기르기에 나섰지만, 막대한 초기 비용과 정보·홍보 부족에 부딪혀 시행착오를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폐업했다.

이에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펴 기후 특성에 맞는 명품 특산물 생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울산 이미 아열대 기후

기상청이 지난 1981~2010년 기후 데이터와 1991~2020년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울산은 온대해양성 기후에서 아열대습윤 기후형으로 이미 바뀌었다. 2021년 아열대 조류 ‘적갈색따오기’가 관찰되고, 지난해는 파란선 문어 등 아열대 어종이 울산 앞바다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됐다. 기후 변화 시점에서 과수와 농작물 재배 변화도 불가피하다.

과수는 기온 상승으로 개화 시기가 빨라지면 기후 변동으로 인한 일시적인 이상 저온시 냉해가 발생된다. 수확기에는 호우와 폭염에 의한 착색 불량 등의 영향을 받게 된다.

실제 이미 지난해 봄철 이상 저온으로 울산 전체 과수 면적 609㏊ 중 43.9%인 268㏊에서 피해가 발생하며 과일 생산량이 감소했다.

해마다 피해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해에 강한 작물 전환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농촌진흥청의 ‘2023 아열대 작물 재배 현황’에 따르면 한반도 전체에서 아열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아열대 작물 재배도 증가세다. 전국 재배 면적 4126㏊ 중 전남이 2453㏊(59%)로 가장 많고, 이어 경남 1091㏊, 제주 399㏊, 전북 84㏊ 등이다. 울산은 22㏊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아직 아열대 작물 재배가 활발하지 않다. 23일 기준 22㏊ 중 17㏊가량이 키위 과수 농가다. 그나마 대규모 재배가 아닌 30여 농가에서 소규모 재배에 그친다. 아직 울산농업기술센터 등에서도 아열대 과수, 작물에 대해서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

◇초기 시행착오 불가피…난방비 등 지자체 비용 적극 지원해야

“패션후르츠, 파프리카 같이 울산에서도 초기 아열대 작물 도전 농가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 문을 닫았습니다”

울주군 언양에서 패션후르츠 농가를 운영하는 권모(69)씨는 울산 아열대 과수 초기 재배에 뛰어든 후 올해로 3년 차다.

권씨는 “아열대 작물 재배가 아직 전국적으로 초기 단계고 연구자료나 정보가 많이 없다보니 다양한 변수에 대처가 어렵다”며 “초기 1~2년차에는 열매도 잘 열리며 말그대로 대박이 났는데, 지난해는 이유도 없이 열매가 안 열리고 떨어지고 있어 사업을 계속 해야할지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권씨 농가는 초기 농촌 체험을 함께 진행하며 인기를 끌고, 패션후르츠를 활용한 와인 제작에도 나서며 특허까지 받았다. 울산에도 여러 농가가 아열대 과수에 뛰어들었지만 난방비 등 시설 유지 비용과 해마다 다른 생산량에 대부분 농가가 현재는 문을 닫았다. 사실상 군에서 아열대 과수를 재배하는 농가는 권씨 농가가 유일하다.

권씨는 “전국적으로 아열대 작물 재배는 초기 시행착오를 겪는다. 맞는 생산법을 찾아 나가야 하는데, 최근 수익을 내는 부산, 전남 등 사례만 봐도 3~4년은 걸렸다”며 “다만 소규모 농가에서는 초기 손실을 견뎌낼 수 없고, 울산은 아직 아열대 작물 인프라도 구축이 되지 않다보니 대부분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아열대 작물은 생육에 적당한 온도가 다른 작물보다 높은 편이어서 난방비 비중이 크다. 난방비 외에도 시설 온실 설치 등 초기 투자 비용도 만만찮다.

전남은 2020년 전국 최초로 ‘아열대 농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만들어 관련 작물 재배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경북은 이미 대표 특산물인 사과 재배가 오는 2030년 이후 모든 시군에서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2021년부터 ‘경북도 아열대 농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전문단지 조성 등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은 여전히 지자체와 농가 모두 소극적인 입장이다. 군은 지난해 지역 농가를 대상으로 ‘아열대 과수 육성 사업’을 펼치며 시설하우스 신규 설치와 기존 재배시설 개보수 비용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두 차례 공고에도 신청자가 없었고, 한 농가에서 신청했지만 곧바로 진행을 포기했다. 이에 올해는 별도로 진행하는 지원 사업이 없다.

권씨는 “온도제어시스템 등 초기 투자 비용과 향후 몇 년간 보상 지원금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새로운 특산물 개발에 발 빠르게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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