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대책 무용론…예산·인력 지원 절실
상태바
악성민원 대책 무용론…예산·인력 지원 절실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4.07.24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A씨는 민원인이 다가오면 식은땀과 함께 가슴이 두근거린다. 최근 뜻대로 업무를 보지 못한 민원인이 웃으며 욕설과 저주를 퍼붓고 갔기 때문이다. A씨는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민원인의 욕설이 녹음된 물증이 없었기 때문에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월 정부가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악성 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행정안전부는 지난 22일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악성 민원에 대한 대처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대응 강화 방침에도 악성 민원인의 폭언·폭행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60대 B씨가 울주군 온산읍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민원실에서 복지 카드 발급 관련 상담 중 갑자기 화를 내며 상담 공무원 C씨에게 욕설을 하고 쇠지팡이를 휘두른 사건(본보 7월18일자 6면 보도)도 있었다.

당시 쇠지팡이에 가슴을 맞은 C씨는 옷이 찢어지고 출혈과 타박상 등 상처를 입었다. 이후에도 B씨는 C씨에 대한 폭행을 이어갔고, 이를 말리려던 기간제 근로자 D씨의 왼쪽 손을 쇠지팡이로 때렸다.

정부는 악성 민원 대책으로 △악성 민원 전화에 대한 상시 녹음 및 통화 종료 가능 △민원인이 폭언·폭행을 할 시 퇴거 또는 일시적 출입 제한 △행정기관장은 민원 관련 위법 행위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에 직접 고발하도록 의무화해 민원 처리 담당자를 보호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예산·인력 지원 없이는 악성 민원 대책이 보여주기 식 행정에 그친다고 입을 모은다.

공무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웨어러블캠은 ‘무거움’과 ‘불편함’의 이유로 현장에서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다. 특히 갈수록 여성 공무원이 많아지는 상황 속에서 기준인건비 문제로 각 동 행정센터마다 청원경찰이 배치되지 않아, 민원 공무원들이 언제 발생할지 모를 폭언·폭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공무원노조 울산본부 관계자는 “청원경찰이 있으면 폭언, 폭행 등 악성 민원의 상당수가 해결이 가능하다”며 “지자체에서 채용하고 싶어도 기준인건비 문제로 인력을 추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청원경찰 인건비를 기준인건비에서 제외하는 등 실효성 있는 악성 민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