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붉은 도끼[58]]7부. 유리(6) - 글 : 김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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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붉은 도끼[58]]7부. 유리(6) - 글 : 김태환
  • 이형중
  • 승인 2024.08.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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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에리코는 두개골을 열어 출혈을 모두 제거하고 성공적으로 봉합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의 경과는 아주 좋았다.

하지만 에리코가 수술실에 들어가 수술을 받는 동안 밖에서 대기하던 나의 심정은 그야말로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잘못하면 마츠오처럼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나도 이마를 콘크리트 바닥에 찢고 죽어버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여보. 내가 수술 받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어요?”

의식을 완전히 회복한 에리코가 해맑은 모습으로 내게 물었다. 나는 그렇게 해맑은 목소리로 물어오는 에리코가 너무 고마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에리코는 힘이 없는 손으로 내 손을 끌어다 자신의 파리한 볼에 비볐다. 나는 에리코가 잘못되면 따라 갈 생각을 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하나님이 당신을 지켜줄 것을 믿었다고만 했다. 그동안 에리코와 나는 주말이면 거르지 않고 성당에 나가고 있었다.

에리코는 수술 후의 경과가 좋아 바로 퇴원했다. 그러나 누군가는 계속 돌보아 줄 필요가 있었다. 나는 회사 일에는 손을 떼기로 했다.

유리와 요시노리에게 경영을 맡겼다. 내가 하는 일은 에리코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었다.

매일 식단을 짜고 운동을 위해 같이 공원을 걸었다. 혼자라면 심심해서라도 싫증이 날 텐데 둘이 이야기를 나누며 공원을 걷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에리코는 그로부터 7년을 더 살았다. 뇌출혈과는 관계없이 겨울철 유행병인 폐렴을 이겨내지 못했다.

1995년의 일이었다. 나는 에리코가 세상을 떠난 뒤 갈피를 잡지 못했다. 내 나이 벌써 희수였다.

에리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은 마츠오 때문이었다. 에리코는 마지막 임종을 앞두고 마츠오를 찾았다.

에리코의 모든 것을 사랑하리라던 내 결심에 처음으로 균열이 생겼다.

에리코가 사랑하던 마츠오까지도 사랑하리라던 내 마음은 이중적이었던 것 같았다. 질투인지 시기심인지 그런 서늘한 감정이 가슴속에서 비누거품처럼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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