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한 졸업식에 예체능 프로그램도 다양한 작은 학교 추천합니다.”
18일 울산 남구 장생포고래문화특구 고래바다여행선에서 학생, 주민, 가족·친척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근 장생포초등학교 졸업생 3명을 위한 특별한 졸업식이 개최됐다.
고래바다여행선에서 펼쳐지는 졸업식은 장생포 마을에서 유일한 학교인 장생포초등학교의 졸업식을 홍보하고, 학생들이 학교와 지역에 대한 애향심과 자부심을 기르는 ‘지속 가능한 작은 학교 성장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교육청과 학교, 동문회, 마을 주민들이 마련한 국내 유일 ‘선상 졸업식’이다.
올해 졸업생 중에서는 고래바다여행선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학생이 눈에 띄었다. 부모가 고래바다여행선을 통해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오나현 졸업생이다.
지난 2010년 겨울 고래바다여행선에서 최초로 프러포즈한 오양의 부모 오영준·성미선 부부는 “프러포즈 영상이 남아 있어, 여기서 프러포즈했다고 아이들에게 알려줬다”며 “졸업식을 고래바다여행선에서 하는지는 한 달 전에야 알았는데, 정말 특별한 인연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오씨는 “아이가 다른 학교에 다니다가 6학년 때 장생포초로 전학했다”며 “통학버스와 방과후 활동, 체험 학습 등을 고려할 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전학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오양은 “부모님이 프러포즈한 곳에서 졸업한다는 사실이 너무 좋고 감동적이다. 삼촌이랑 외할머니도 와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인사를 전한 뒤 “오늘 오신 모두가 선물 같은 하루가 됐으면 좋겠다”며 해맑게 웃었다.
선상 졸업식은 재학생들의 우쿨렐레 공연을 시작으로 졸업장 수여, 재학생·졸업생 대표의 송사, 축하 동영상 순으로 이어졌다. 20여 명의 아이들은 아주 작은 축하거리, 웃음거리에도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졸업 축하 동영상을 시청할 때는 본인의 모습이 나오자 부끄러움에 자지러지기도 했다. 졸업식이 끝난 뒤에는 앞으로 졸업생 언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와닿은 한 학생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장생포초등학교 졸업생이자 주민 이모씨는 “갈수록 졸업생이 줄어 걱정이다. 재작년에는 8명, 지난해는 5명, 올해는 3명뿐이다”며 “병설유치원 아이들이 초등학교로 진학하는데 유치원생을 다 합쳐도 그리 많지 않다. 언제까지 졸업식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장생포초등학교 전교생은 유치원생을 포함해 24명뿐이다.
장생포초등학교는 작은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폐교를 막고, 인근 과대·과밀학급을 줄이기 위해 어린이 통학버스, 각종 방과후 수업 같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8월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행한 이후 전학 문의가 부쩍 늘었다.
노복필 장생포초등학교 교장은 “지역만 놓고 보더라도 장생포초등학교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다른 학교에서 뾰족뾰족하다고 평가받던 아이들도 우리 학교에 오면 마음껏 뛰어놀고 바다를 보며 학교에 흡수돼 부드러운 아이로 변신한다”며 “현재 학교에서 예체능 계열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방과후 수업, 돌봄, 장학금 등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아 개인적으로 작은 학교를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