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그리며 애태우는 심정
방안에 혓는 촛불 눌과 이별하였관대
겉으로 눈물지고 속타는 줄 모르고
저 촉불 날과 같아서 속타는 줄 모르도다 <청구영언>

먼 산에 눈이 내렸는지 바람은 차고 짓눈개비가 날린다. 한 해를 이렇게 보낸다. 하늘을 올려다봐도 쨍쨍한데 눈가루가 날린다. 가난한 살림을 꾸려가는 이들에겐 하루하루가 보릿고개 만큼이나 힘겹다. 누애처럼 입을 봉하고 고치속에 들어갈 수도 없고, 그저 어서 가정경제나 나라경제가 잘 돌아가기만을 소망 할 뿐이다.
언 땅을 녹이는 봄비를 기다리는 마음, 마음을 녹여 꽃 피고 잎 틔우는 봄을 맞아 따스한 봄바람에 영혼마저 덥히고 싶은 바람이다.
이개는 조선 전기 문신(文臣)으로서 단종(端宗)의 복위를 계획하다가 발각돼 죽은 사육신(死六臣) 중의 한 명이다.
모시던 단종을 모실 수 없게 된 상황은 이별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세조가 새로운 왕위를 찬탈했기 때문에 소리 내어 울 수도 없었고 눈물 흘리는 일뿐이었다. 촛불이 타서 촛농이 흐르는 모습을 자신이 흘리는 눈물과 같다고 생각했다.
세종대왕은 생전에 세자(문종)를 염려해 병석에서도 자신은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당시 세자였던 문종文宗, 역시 병약했기 때문에 오래 살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집현전 학사들을 불러 세손(단종)의 앞날을 부탁했다. 문종 역시 세종대왕에 못지않는 성군이 될 제목이었지만 병약해 37세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세자기간 29년간 세종대왕을 받들어 행한 업적은 과히 눈 부시다 할 것이다.
이개는 당시 세손이었던 단종의 스승으로서 세종대왕과 문종의 총애를 입은 은혜를 충정으로 단종을 보필했다. 이개는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발각돼 아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했고 아내와 딸들은 종으로 넘겨졌다. 주군을 모셨던 신하의 충정을 그 누구도 어찌할 수 없었다. 비록 가문은 멸문당했지만 충성스런 신하의 절개는 만고에 푸르다.
이 시대에도 나라 걱정하는 충성스런 국민은 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더 잘 살기를 두 손 모은다.
한분옥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