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14)빗나간 기대-소바우공원
상태바
[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14)빗나간 기대-소바우공원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9.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산홍 애창하다 철쭉인 걸 알았다
사오월 피는 꽃과 오월에 피는 꽃을
제대로 분별 못하고 착각그물 걸렸다

이제야 구분 기준 간신히 챙겨든다
일찍이 피는 꽃은 영산홍 이었고요
이어 얼굴 내민 건 연분홍빛 철쭉이죠


그 옛날 농사 밑천인 소는 친근하고 정이 가는 가축이다. 그래서 ‘소’라는 단어를 보면 큰 덩치와 순한 눈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부드럽게 움직인다. 얼마 전 울산 중구 우정동에 ‘소바우공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은 소처럼 생긴 바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공원이 가까워지자 소 바위는 안 보이고 생뚱맞게도 붉은 고래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소 바우는 고래 이름을 말한 건가?’라는 생각으로 진입광장을 들어섰다. 안내판의 범례를 보니, 동산놀이마당·고래마당·풋살구장·순환산책로…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소와 관련된 말이 하나도 없었다.

붉은 고래 버금가는 영산홍을 감상하며 맞은편에 있는 동산놀이마당을 보았다.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지만 지금은 텅 비어 있다. 풀밭 위에는 데크가 있고 그 위에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다. 여기도 사람은 없다. 지금은 풀들만 무성하나 머지않아 야생화가 필 거라는 생각을 하니 하나라도 밟는 게 미안했다. 키 작은 대나무들이 한 무더기 군락을 이루며 터를 넓히고 있다. 매자나무에 먼저 눈길을 주다 옆으로 시선을 돌리니 소나무들이 날씬한 자태로 서 있다.

무슨 모양을 의도적으로 나타낸 건지 저절로 돌무더기가 생긴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크고 작은 돌들이 쌓였거나 흩어져 있다. 배롱나무를 지나 고래가 있는 곳으로 갔다. 초등학생 두 명이 고래 모형 주변을 맴돈다. “얘들아 너희들은 이 고래가 좋니?”라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 왜 여기 계속 있느냐고 했더니 고래를 타고 싶단다. 그러면서 이 고래 등에 올라가도 되는지를 되묻는다. 고래 주변에는 주의 팻말이 보이지 않았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고래 몸을 살짝 두드리다가, 타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고래를 지나 앞으로 이동하니 풋살구장이 나온다. 풋살구장에서 한국석유공사 건물을 지나면 순환산책로와 녹음 쉼터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한국에너지공단을 지나면 소나무 산책로와 건천 운동시설 데크 마당이 나온다. 왠지 허전한 마음이다. 공원을 돌고 나오니 고래가 있는 옆 벽면 인도 쪽에 고래와 관련된 다양한 벽화들이 있다. 고래 그림 옆에는 QR코드가 있고 인도 쪽에는 앉아 쉴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있다. 다양한 고래 그림을 보면서 잠깐 쉬어가도 좋을 것 같았다.

▲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흡족하지 않은 마음을 채우고 싶어, 검색을 해보았다. 이곳 고래마당의 정원은 2020년 정원분야 실습·보육공간 조성사업으로 만들어진 “음파음파”라고 한다. 사람들의 무분별한 포획과 환경오염 이상기후 등으로 멸종된 공룡처럼 고래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고래에 대한 소중함과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희귀한 돌연변이이면서 행운을 상징하는 핑크 고래를 모티브로 정원을 꾸몄다는 설명글을 읽으니 어느 정도 궁금증이 해소되고 만족도도 올라갔다.

소바우공원에서 생각지도 않은 핑크 고래를 만난 것은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깨는 기회였다. 그리고 맞은편에 있는 공룡발자국공원을 더불어 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었다. 이렇게 두 공원이 마주하고 있는 것은 일부러 의미 부여를 했다고 본다. 이젠 멸종되어 화석으로만 남아 있는 공룡을 생각하며 고래를 보호해야 한다는 강한 뜻을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소바우공원을 뒤로 하고 공룡발자국공원으로 힘차게 걸어갔다. 소바우공원에서의 또 다른 기회를 엿보면서.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13)유익한 지름길-청구뜰공원
  • 울산의 초가을 밤하늘 빛으로 물들였다
  • 한국드론문화협동조합 양산서 공식 출범
  • 태화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추진
  • 수소도시 울산, 2028년까지 295억 투입
  • 물과 빛의 향연…‘남창천 물빛축제’ 6일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