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애도의 마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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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애도의 마음을 보냅니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1.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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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모두가 참으로 슬픈 연말을 보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부족한 일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별인 것은 알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힘들었던 12월이 지나고 새해가 밝았지만 아직은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한 때인 듯하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지난 12월29일 사고 당일에 울산의 전문예술단체 ‘0.1젊은예술가회’의 ‘Well Dying:죽음을 바라보는 자세’ 전시를 관람 중이었다. 청년 시작예술인들로 구성된 0.1젊은예술가회는 죽음에 관해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나누고 공유함으로써 삶의 의미와 가치를 탐구하는 시간을 다룬다고 했다. 전시장에는 작가들 스스로 죽음에 대해 고민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고, 전시장 한편에는 짧은 유서를 작성해 볼 수 있는 체험 활동도 마련돼 있었다. 단순히 몇 글자 적는 것이 전부이지만 참여한 많은 이들이 실제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한다. 관람객들은 찰나임에도 자신의 생을 돌아보며 이별의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깊은 몰입감을 경험하는 듯했다. 전시 관람 후 작가들의 작품과 관람객의 반응을 통해 필자가 느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이 아닌 삶의 의미와 생의 의지였다.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전시를 관람한 후 많은 이들이 사고로 희생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알려지는 사연들이 마음이 아파 뉴스를 보기 힘들 정도다. 누구 하나 아깝지 않은 사람이 없어 슬픔은 남은 이들의 몫이 됐다. 오래 전이지만,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무너져 있는 필자에게 가장 잔인했던 말은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이었다. 내가 겪는 슬픔과는 무관하게 시간은 가고 세상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사무치게 힘들었다. 말 그대로 산 사람은 살지만 되돌릴 수 없는 이별의 순간은 평생에 남는 불행의 순간이 되는 것, 그것이 이별이었다.

실은 12월28일 토요일 저녁 지역내 예술인들과 모여 2025년의 계획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를 가볍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발생한 사고로 인해 ‘생과 사’의 문제 앞에 서니 그때 나눈 모든 고민의 무게는 가볍게만 느껴진다. 모든 사람에게 주어졌지만, 모두에게 공평하지는 않았던 ‘삶’ 자체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중이다. 앞서 말한 전시의 유서 작성 체험에서 “나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많이 여러분을 사랑했습니다.”라고 적었다. 전하지 못한 마음이 생각 났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 순간이 되면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부디 남아있는 이들의 상처가 너무 깊지 않기를, 온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보내는 애도의 마음이 그들에게 닿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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