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갈등 심화 속 ‘노인 혐오’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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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간 갈등 심화 속 ‘노인 혐오’도 증가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5.01.0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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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비난보다 폭 넓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노인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심지어 공연이 가능한 공원 내 버스킹존에서 노래를 불렀을 뿐인데 고성방가라며 비난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노인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이해의 장 등 갈등을 줄일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 남구 선암호수공원에서 담배를 피며 바둑을 두는 노인들에 대한 민원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선암호수공원 산책로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나머지 정자 등 휴식 공간은 사유지가 섞여 있어 금연구역이 아니다.

그러나 남구는 계속된 민원에 흡연 금지 현수막을 설치하고 노인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원 내 버스킹존에서 노래하는 것을 두고 시끄럽다며 지역 커뮤니티에 영상이 첨부된 비난조의 게시글이 등록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인들은 “여태 살아온 대로 한 것뿐인데, 갈수록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 같다”고 항변했다.

조덕용 호수실버봉사단 단장은 “노인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민원을 넣는다”며 “내가 싫으면 문제가 된다는 이기주의가 강해져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는 행동까지도 민원의 대상이 되는 등 세상이 너무 각박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 인식조사’에 따르면 오프라인에서 접한 혐오 표현 대상 중 노인이 69.2%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에서도 여성, 특정 지역 출신, 페미니스트에 이은 4번째로 높은 것으로 기록됐다. 수치상으로도 지난 2019년 조사 결과 대비 노인 혐오 표현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세대 간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에 대해 공동체, 이웃 간 교류가 활발하던 과거와 달리 ‘이해의 장’이 될 공간이 부족하고, 다양한 이유로 세대 간 갈등이 조장된다는 점을 꼽았다.

울산시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이제는 ‘노인 존중’이라는 말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단순히 공원을 놓고 보더라도 공간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 노인들은 공원을 같이 어울려 노는 곳으로 생각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조용히 사색하며 혼자 즐기는 곳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세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과거와 다르게 노인들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며 “노인 혐오는 큰 테두리에서 노인 인권 침해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세대 간 갈등을 줄일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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