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감이 유행하면서 폐렴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사망자가 많아 장례식장에서 대기 후 장례를 치르거나 화장장 예약을 하지 못해 4일장을 치르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마치 코로나19 사망자 급증으로 화장장과 장례식장 대란이 발생한 2022년 당시와 매우 유사한 모습이다. 코로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기도 전에 시나브로 찾아온 전염병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위기다. 정부와 보건당국은 국가재난 수준의 보건비상체계를 가동해 제2의 팬데믹 사태는 막아야 한다.
병의원 등 업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20일 전국에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이후 독감과 함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 환자가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는 폐렴 사인의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울산과 청주 등 전국 곳곳에서 화장장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울산하늘공원의 경우 독감이 본격적으로 유행한 지난달 말부터 이용률이 급증하고 있다. 개장 등을 제외한 일반 시신 24구 화장이 가능하지만, 예약을 받기 무섭게 화장로가 가득 차고 있다. 또 청주 지역 화장시설 목련공원도 14일까지는 화장 예약이 다 찼고, 15일에도 화장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마지막 주(12월 22∼28일)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비율을 나타내는 독감 ‘의사환자분율(ILI)’은 73.9명으로, 2016년 대유행 이후 8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A(H1N1), A(H3N2) 바이러스 유형이 유행해 소아·청소년 및 젊은층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감이 유행하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자연감염에 의한 면역력 저하를 주요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팬데믹 당시 생활화된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의 감염병 예방활동이 느슨해진 틈을 바이러스가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독감 예방접종은 물론 손씻기, 마스크착용, 개인위생을 더욱 철저히 지켜야 할 때다.
미국, 중국 등 세계적으로 독감과 코로나19, RSV, 노로바이러스 등 4개의 전염병이 한꺼번에 유행해 전염병 ‘쿼드데믹’ 공포가 일고 있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보건 공백에다 계엄과 탄핵사태로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우리 사회에 감염병 팬데믹 공포까지 덮치고 있다. K 공중보건 위기관리 체계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정부와 지자체 등은 비상 진료체계를 총동원해 독감과 폐렴의 확산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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