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경기도에서 발생한 공장 폭발 사고는 방폭 안전관리 체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례다.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따지기 전에, 그러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폭 안전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를 넘어, 관리 체계와 정책, 그리고 산업계와 정부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는 복합적인 과제다. 이러한 이유로 방폭 기준에 대한 논의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관심과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방폭기준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과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한국산업표준(KS)은 국제 표준인 IEC를 기반으로 전기기기의 방폭 등급을 규정하며, 관련 제품은 국내외 인증기관을 통해 적합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 방폭구역은 가스 폭발 위험 구역(Zone 0, 1, 2)과 분진 폭발 위험 구역(Zone 20, 21, 22)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체계는 국제 표준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인증 과정이 복잡하고 국제 인증과의 호환성이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유럽은 ATEX(Atmospheres Explosibles) 지침을 통해 방폭 기준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내에서는 폭발 위험 환경에서 사용하는 모든 설비가 ATEX 인증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며, 이 인증은 국제 표준인 IECEx와도 상호 호환이 가능하다. ATEX는 폭발 위험 환경의 구분, 기기 보호 수준, 설치 및 유지보수 요건 등을 세밀히 규정하고 있어 국제적 신뢰를 얻고 있다.
이처럼 유럽은 방폭기준의 표준화와 통합적 관리를 통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유럽과 우리나라의 방폭기준은 기본적으로 국제 표준을 준수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관리 체계와 인증 절차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유럽은 ATEX 지침을 통해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고 국제 인증과의 호환성을 강화한 반면, 우리나라는 여러 기관이 분산 관리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복잡한 인증 절차와 낮은 국제 호환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 진출에 있어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을 부담하게 만들며,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방폭 안전관리 체계를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몇 가지 중요한 개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인증 절차의 간소화와 국제 인증과의 호환성을 강화해야 한다. IECEx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국내 인증이 국제 인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방폭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제고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방폭 안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과 홍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셋째,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과 기술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방폭 안전은 단순한 법적 요건을 넘어, 산업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지속 가능한 산업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과제다. 우리나라 방폭기준의 국제적 표준화와 체계적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완석 한국폴리텍대학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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