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52)월출산 높더니마는-윤선도(1587~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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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52)월출산 높더니마는-윤선도(1587~1671)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1.24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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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안개 또한 언젠가는 걷힌다

월출산(月出山) 높더니마는 미운 것이 안개로다
천왕 제일봉을 일시에 가리외라
두어라 해 퍼진 후이면 안개 아니 걷으랴 <산중신곡>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머지않아 촉촉이 봄비가 내릴 것이요. 마당귀의 매화 가지는 겨우내 물고 있던 꽃봉오리를 틔울 준비에 여념이 없다. 눈 녹은 개울물도 졸졸 흐를 것이며 겨울방학에서 풀려난 아이들도 새 책이 든 책가방을 메고 빠른 걸음으로 뛰어나올 것이다. 동네 여인들도 봄비에 쑥쑥 올라온 새 쑥을 캐러 살짜기 교외로 나가는 그런 풍경을 떠올려 본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갈등 속에서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 국민들은 불안하고 의기소침하다. 모두가 나랏일에 잠 못 들어 우울하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은 가파르고 멀다. 살다 보면 돌부리에 차여 넘어질 때도 있다. 오늘 하루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오늘 하루를 잘 버티면 내일은 또 떠오르는 태양이 있다. 인생은 오늘 하루에 결정되는 것이 절대 전부는 아니다.

월출산(月出山)은 전남 영암군에 있다. 고산 윤선도는 인조 20년에 지은 것이다. 경상도 영덕에서 귀양살이하다 풀려나와 해남의 금쇄동의 자연에 묻혀 살던 때의 작품이다.

고산은 공재 윤두서의 증조부이며 다산 정약용의 외5대조부이다.

송시열이 효종의 정통성을 부정한다는 상소를 올렸다가 유배돼 오랜 세월 유배 생활을 했다. 조선 효종과 현종의 세자 시절 세자시강원 사부의 한 사람이었던 덕에 사형은 모면하고 유배를 받았다. 유배지에서 울적한 심사를 달래며 지은 시다. 오우가와 어부사시사 등, 고산은 유배지인 땅끝마을 해남 또는 부용정에서 우리 시가 문학의 꽃을 피웠다. 끝났다고 끝난 것만도 아닌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그러고도 자기 대에다 못다 이룬 것은 자자손손 대를 이어 이뤄가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 후반전이 있는 것이고 그 후반전을 붙잡아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강태공은 80세에 세상에 나와 주나라 무왕을 도와 은나라를 멸망시켜 천하를 평정했으며 제(齊)나라의 시조가 됐다. 중국 한나라의 사마천은 궁형을 받고 난 뒤 동양 최고의 역사서 <사기>를 썼다. 윤선도는 정철, 박인로, 송순과 함께 조선 시조 시가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인생 후반전은 있다. 그래서 인생은 살만한 게 아니겠는가.

한분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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