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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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감사합니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2.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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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섭 울산시의회 의장 직무대리

나는 항상 “감사합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순히 그 순간에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다. 어쩌면 나이가 들면서 가급적 주변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주변 사람과 잘 지내는 방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내 마음이 평안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인데 힘들게 살 필요 없지 않으냐는 생각이다. 그냥 즐겁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감사합니다’는 다섯 글자로 표현한다. 누군가를 만나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고, 죄송한 일이 있으면 “미안합니다”고 말하면 된다. 그런데 “감사합니다”는 말은 그저 이유 없이 나온다. 예전 직장에 다닐 때도 상사에게 결재받은 후에도 자연스럽게 “감사합니다”는 끝인사를 건넸다. 내 속의 이러한 감사의 마음은 우리 조상들로부터 배워온 것이 아닐까.

불교와 농경사회의 신앙이 어우러진 백중날은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이다. 이때 우리는 조상을 추모하고 자연에 감사하며 건강을 기원하는 다양한 풍속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우리 고유의 명절 추석도 송편과 햇과일로 조상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차례를 지냈다. 예전부터 우리 조상들도 신에게 기원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며 살아왔다. 감사는 특별한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그저 그 사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가족 간의 정에서 특히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더욱 두드러진다.

‘감사’에도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 성공의 비결로 ‘감사의 힘’을 꼽았다. 그녀는 일상에서 사소한 것들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감사는 작은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진태옥 선생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며, 고통이 찾아오면 그 뒤에 숨겨진 축복과 기쁨을 기대하며 감사한다고 이야기한다. 고통이 지나고 나면 더욱 큰 환희와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기에 어려운 일이 닥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나에게도 감사는 단순한 인사를 넘어서 큰 의미를 지닌다. 부모님이 건강을 잘 유지하고, 가족들이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나는 매일 감사함을 느낀다. 세상은 감사로 가득 차 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행복을 찾는 비결이다. 행복은 결국 선택이다. 어쩌면 걱정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매일 작은 즐거움을 찾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자고 말하고 싶다. 감사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고,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작은 감사가 쌓여 큰 행복이 되는 것처럼, 일상에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느끼는 것이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 줄 것이다.

이렇게 감사는 나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주변을 돌아보면 감사할 일들이 끊임없이 발견된다. 내 삶을 돌아보면, 주변에서 받은 수많은 도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음을 깨닫는다. 한창나이에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정계에 뛰어들었을 때도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격려와 성원이 큰 힘이 됐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감사의 말과 마음이 있는 곳에 갈등과 대립이 들어설 틈은 없다고 확신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양극단으로 갈려 분쟁이 치닫는 이유도 감사의 말과 마음이 빈약한 탓이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의 구절이 종교와 관계없이 시대와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올해는 ‘감사’의 마음과 말이 넘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제주항공 참사로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돼 공식적인 해맞이 행사는 없었지만, 새해 첫 날 백양사를 찾은 주민들과 덕담을 곁들인 인사를 나눴다. 추운 날씨에 마주 잡은 손에서 감사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위로와 격려가 되기에 충분했다. 주고받는 감사를 통해 새해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더 커졌다. 작년 못지않게 어렵고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높지만, ‘감사합니다’는 말을 서로 주고받길 기대한다.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에는 여느 해보다 ‘감사합니다’가 커다랗게 똬리를 트는 울산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종섭 울산시의회 의장 직무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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