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중처법 시행 3년 현황과 기업 대응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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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중처법 시행 3년 현황과 기업 대응 방안
  • 경상일보
  • 승인 2025.02.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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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은 산업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 2022년 1월 27일 처음 시행되었다. 법 시행 3년동안 중소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업종에서 큰 변화가 있었으며, 중처법의 초기 적용 사례와 기업들의 대응 노력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중처법 시행 이후의 처벌 현황과 기업의 대응 방안을 살펴보고, 향후 방향성을 제언하고자 한다

먼저, 중처법 시행 이후 법적 책임이 강화되며 1심 판결이 27건 이루어졌다. 이 중 실형 선고는 4건으로 전체의 14.8%에 해당하며, 집행유예는 20건(74.1%)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벌금형은 2건(7.4%), 무죄 판결은 1건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는 법 시행 초기 단계에서 사법부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상황을 고려하며 판결을 내렸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법 집행이 강화되면서 기업 경영진이 느끼는 압박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중처법은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 범위를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했다. 특히, 건설업은 본사 근로자까지 포함하여 사실상 모든 건설공사에 적용되므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 비중이 전체의 약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여전히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법적 대응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기업이 중처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철저히 구축하고 이를 문서화해야 한다. 사업장 특성과 규모에 맞는 구체적인 목표와 방침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지정하여 운영해야 한다.

또한, 위험성 평가를 철저히 수행하고, 도출된 위험 요인에 대한 개선 대책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 위험성 평가는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 상황에 맞춘 실질적인 평가와 대책 수립으로 이어져야만 의미가 있다.

둘째, 안전보건 예산의 확보와 효율적 집행이 중요하다. 안전 시설 설치나 교육 등 안전 관련 비용을 적절히 배분하고, 이를 실질적인 위험 요소 제거와 예방 조치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하청업체와의 도급 계약 시에도 안전보건 관리 수준을 평가하고, 계약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안전 점검을 수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셋째, 종사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의견 수렴 과정은 종사자들의 안전 인식을 높이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넷째, 중대재해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구축하고, 이를 전 직원에게 공유해야 한다. 긴급 상황 대응 매뉴얼은 단순히 사고를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유사 사고를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매뉴얼을 기반으로 한 실습과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처법의 시행과 함께 정부와 공공기관은 기업들이 법적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25년까지 건설업 안전관리자 양성교육을 연장하였다. 필자 역시 중소기업과 지방 중소건설사를 중심으로 전담자 양성교육을 지원하고 있으며,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강화하고 법적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결론적으로, 중처법 시행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안겨 주었지만, 이는 동시에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중처법이 요구하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계기로 안전을 핵심 경영 가치로 삼아야 한다. 정부와 전문 교육 기관의 지원을 적극 활용하고, 종사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처법 시행 초기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안전이 최우선인 경영 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모든 기업과 근로자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법적 요구를 넘어선 책임감 있는 경영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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