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계엄선포로 인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소추되었고, 내란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다만, 탄핵소추와 형사소추는 다른 개념이므로 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탄핵제도는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의 지배 원리를 구현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다.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 당시 대통령을 파면하는 경우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민주주의의 비용이라고 헌법재판소가 밝힌 바 있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소추가 의결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이 소추위원이 되어 헌법재판소에 탄핵 심판을 청구한다.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정지된다. 국회법 제130조 제3항에 따라 탄핵소추 발의에는 탄핵소추의 사유와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의결서에 기재된 소추 사유에 구속돼 이를 판단한다. 적시되지 않은 소추 사유를 판단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탄핵 사유가 된다. 이 경우의 직무는 법제상 소관 직무와 사회 통념상 연관된 업무를 모두 포함한다. 대통령 지위에서 행한 국정 수행과 관련한 모든 행위를 포괄하는 의미로 쓰인다. 단순히 법률 위반의 정도라면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커야 함을 밝힌 바 있다.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의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있어야 탄핵할 수 있다.
탄핵 심판은 7명 이상의 재판관이 출석해 심리한다.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할 수 있다. 탄핵 심판의 결과에 따른 사회적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보다 가중된 정족수가 요구된다. 탄핵이 결정되면 대통령은 파면되며, 이와 별도로 민사상, 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형사상 책임은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선고형에 따른 처벌을 받는 불이익을 말한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대통령도 내란죄의 주체가 된다.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인용돼 파면되면, 비단 내란죄 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게 된다. 그래서 아직까진 내란죄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가 진행 중이고, 내란죄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구속까지 되었다.
내란죄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때 성립한다. 국가의 존립과 헌법 질서를 보호할 목적으로 형법 제87에 규정돼 있다. 이때 국헌문란의 목적은 현행 헌법 또는 법률이 정한 정치적 기본조직을 불법으로 파괴하는 것을 의미한다. 폭동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으로 폭행 또는 협박하는 것을 말한다. 내란의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할 정도로 내란죄는 중한 범죄이다.
내란죄가 성립돼 유죄의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거나 탄핵 기각 결정으로 파면되지 않는다면, 실제 대통령이 내란죄로 형을 집행해 처벌을 받는 시기는 사실상 파면이나 임기가 종료된 다음이 될 것이다. 형을 선고하는 시점과 이를 집행하는 시점이 다를 수 있다.
비상계엄선포로 촉발된 대통령의 탄핵 심판 및 내란죄 수사로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이에 반발한 사람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무단으로 침입해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탄핵 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재판관들의 업무가 과중한데 탄핵 사건으로 고생을 하게 만들어 송구스럽다는 말로 운을 띄웠다. 비상계엄선포가 위헌인지, 내란수괴 혐의가 있는지는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밝힐 것이다. 다만, 확실한 건 이 사건으로 인해 여러모로 고생하게 된 건 비단 헌법재판관뿐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박순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