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들여다보기]손때 묻은 물건, 귀중한 역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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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유물 들여다보기]손때 묻은 물건, 귀중한 역사로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2.06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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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부용 혼례복 ‘원삼’
▲ 1975년 상북면지 ‘헌남’
▲ 고래뼈로 만든 비녀
울산박물관은 개인과 단체가 소장하고 있던 유물들을 무상으로 기증받아 평가 후 유물로 등록하고 있다. 울산박물관만의 차별성과 특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울산 관련 유물, 울산 시민들로부터 기증을 받는 일들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번에는 2024년 한 해 동안 기증된 유물들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상년씨는 울주군 상북면 양등리에 있는 안동김씨 재실 삼우당에서 보관하고 있던 혼례복 일습을 기증했다. 상북면 양등리는 안동김씨 세거지로, 이 재실에 혼례복 등을 보관하면서 마을의 혼례가 있었을 경우 공동으로 사용하고 관리해 오던 것이였다. 기증 유물에는 혼례복을 보관했던 가죽함, 목함을 비롯해 신랑이 사용했던 사모, 복건, 단령, 각대, 목화와 신부가 사용했던 화관, 앞댕기, 도투락댕기, 원삼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모두 1960년대 울산지역 혼례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생활자료이다.

김진곤씨는 양도받아 보관하고 있던 ‘헌남’을 기증했다. ‘헌남’은 1975년에 간행한 상북면지로, ‘헌남’이라는 이름은 고헌산의 남쪽을 의미한다. 이는 상북면장과 언양면장을 역임한 김지환(계장), 이종설(부계장) 등 23명이 결성한 헌남계가 주도해 발간한 것인데, 당시 울주군 상북면의 20개 마을을 대상으로 각종 통계, 연력, 지세, 기관시설 등을 상세히 기록해 1970년대 울산 울주군 지역의 역사를 알 수 있게 하는 좋은 자료이다.

시한송씨는 본인이 근무하던 현대중공업 관련 자료들을 기증했다. 기증자는 현대중공업에서 30년간 재직하면서 받은 현대중공업 10년 근속기념 탁상시계, 조립형 연필꽂이 등을 비롯해 선체건조부 등 선박건조 과정에서 기술적 시험 등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주로 근무하면서 작성한 1098호선 건조 백서 책자, 건조기술 관리자 교육용 문서철 등 다양한 자료들을 기증했는데, 이 자료들은 울산의 산업사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기증자의 성실했던 생업의 흔적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귀중한 자원이다.

이지현씨는 고래귀뼈와 고래뼈로 만든 비녀 등 총 5건 8점의 유물을 기증했다. 고래귀뼈는 기증자의 부친이 포경회사에 근무하며 고래 해체 작업을 통해 습득한 것으로, 집안의 거실 장식장에 산호초 등과 함께 장식되어 있었다. 고래뼈 비녀는 기증자의 할아버지가 포경사업의 선주로 활동하던 시절, 자신이 잡은 고래의 뼈를 가공해 비녀를 만들어 할머니께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울산이 고래 도시라는 의미에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자료들이다.

정진일, 한영숙씨는 철공소를 운영해 배를 수리하는 일에 종사하던 중 모은 다양한 유물들을 기증했다. 배를 수리할 때 사용된 유물로는 목재의 면을 평평하게 깎거나 다듬는 데 사용하는 대패, 목공들이 목재에 선을 그을 때 사용하는 먹통, 구멍을 뚫는 데에 쓰인 수동드릴 및 발동기 등이 있으며, 목선용 배에 사용했던 프로펠러들과 램프 등도 있다. 이런 유물들에서는 오랫동안 선박업에 종사했던 기증자의 손때 묻은 자취들을 엿볼 수 있었다. 김하윤 울산박물관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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