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벌써 1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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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벌써 1년이 지났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2.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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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요새도 가끔 “너희병원 별문제 없냐?”란 말을 듣는다. 20일로 1년을 맞게 되는 의정갈등 관련 질문이다. 그러면 보통 “울산은 전공의가 있는 병원이 대학병원 한곳이라 저희랑 직접 연관은 없습니다”라고 답한다. 대화가 이어지면서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됐는데, 의사의 면허종류와 병원의 구조가 생소한 분들이 꽤 많다는 게 그것이다. 구분을 두지 않으시는건데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을 듯 하여 관련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한국과 많은 국가에서 의사는 일반의와 전문의라는 두가지 분류로 나뉜다. 일반의는 의과대학에서 6년간 수학한 뒤 의사면허시험을 치러 합격을 할때 면허가 부여된다. 일반의는 전문 진료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뿐 의료와 관련된 모든 활동이 법적으로는 허용된다. 일반의가 된 이후 수련 과정(인턴 및 레지던트)을 거치면 전문의 시험자격이 주어지고 이에 합격하면 전문의 면허가 부여된다. 이 수련 과정을 거치고 있는 의사를 전공의라 부르며, 전문의 시험을 치기 전까진 아직 일반의 신분이다.

한국의 병원은 대학병원, 종합병원, (일반)병원, 의원으로 나뉜다. 이 중 수련과정을 제공하는 병원은 보통 대학병원들이다. 일부 종합병원이 수련기관 인정을 받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드물다. 이렇듯 대학병원의 기능에는 진료만 있는게 아니라 ‘교육’과 ‘연구’의 기능도 매우 중요하다. 수련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료진은 교수를 목적으로 대학에 남거나 떠나서 봉직의로 근무하게 되는데, 대학에 교수로 남는 것은 기존 교수 자리에 결원 혹은 정원이 늘어나야 가능하기에 대학을 나와 근무하는 비율이 높다. 종합병원과 병원은 갖춰야 하는 필수 진료과목 및 병상수의 차이로 나뉘며 병원과 의원은 병상 30개를 기준으로 나뉜다. 전문의는 의원에서 봉직하는 경우도 있지만 막 배운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종합병원 혹은 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하는 비율이 적어도 과거에는 높았다. 의원은 일반의도 개원할 수 있지만 봉직의로 경험을 어느 정도 쌓은 전문의가 개업하는 경우가 더 많다.

세계적으로 비슷한 구분이지만 반드시는 아니다. 예로 꽤 많은 나라에선 일반의가 지역의 ‘주치의’로 지정되어 의원을 맡고 그 주치의들이 상위 기관에 의뢰해야 환자는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차이는 있다. 일례로 울산병원은 대학교수 출신 과장들을 포함해 50명 이상의 전문의들이 근무하는 종합병원이지만, 매우 드물게 연구윤리위원회를 갖추고 대학병원의 기능인 ‘연구’를 일부 시행하고 있는 예외적인 병원이다.

이런 특성상 필자가 구인 관련해서 뵙는 분들은 전문의들인데 지난해 의정갈등 이후로 사직 전공의인 일반의 분들의 연락을 받는 일이 많아졌다.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종합병원도 일부 진료과에선 전문의를 보조하는 역할로 일반의가 일을 할 수 있기에 대화할 일들이 생겼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의 역할로 함께 한다는 한계가 있다. 사실 필자가 느끼기엔 적어도 우리나라 환경 안에선 의사는 전문의 자격이 있어야만 온전히 그 역할의 폭넓음을 누릴 수 있기에 이분들이 언젠가 꼭 대학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다. 혹자는 이번 의정갈등 사태로 진료차질이 생기는걸 두고 대학병원들이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탓이라 하는데 일부 이해는 가나 이는 대학병원의 교육수련 기능이라는 걸 간과한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 실상은 더 복잡하다.

지난해와 올해 사직 전공의분들과 대화를 하다가 느낀 점은, 지난해에는 곧 돌아갈 것이라는 전제 하 임시로 구직하거나 군제대 후 복귀하겠다는 분위기였다면 올해는 이 사태에 기약이 없다고 생각하고 수련 자체를 포기 후 일반의로 의원 및 병원에서 정직으로 근무하거나 아예 개업까지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진 듯 하다는거다.

좋은 일일까. 갑자기 의료시스템이 확 바뀌지 않는 이상(그리고 그건 불가능하다) 전문의를 꿈꾸던 전공의는 미완의 아쉬움으로, 대학은 업무 과다로, 의원은 경쟁 과다 및 전체 의료의 질적 하락으로, 병원은 대학병원의 업무 과다가 넘어옴과 동시에 배출되는 전문의가 없기에 구인난으로 힘들어 지며, 이는 결국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 결론이 없는 상황이 이미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장기화 되도록 방치는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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