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철이 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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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철이 든다는 것
  • 경상일보
  • 승인 2025.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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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들은 흔히 “철이 들었다” 혹은 “아직 철이 없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철이 든다는 것이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한 발짝 물러나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태도일 것이다. 이런 태도를 지속하는 것은 참 어렵다.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 많을수록 자부심이 강하여 경직된다. 내려놓고 자신을 성찰하는 태도가 쉬운 것이 아니다.

철이 드는 과정이 평생 지속한다고 할 때, 나이가 들어도 성숙하지 못 하는 이유를 5가지로 정리해 보겠다. 첫째로,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기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자기 성찰 하는 습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남들을 비판하는 것보다 자신을 더 깐깐히 평가할 수 있는 루틴이 되어 있다면 ‘된’ 사람이다.

둘째로, 사고의 유연성과 변화 수용의 문제이다. 자신의 신념과 관점을 고수하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박식하더라도 철이 들었다고 할 수 없다. 가장이나 사장으로서 독불장군처럼 자기 뜻을 밀어붙이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보지 못하는 면들을 가족과 사원은 알고 있고 서로 보완해 왔기에, 같이 살아온 것이다. 그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자기 뜻을 포기하는 것이 철이 든 태도이다.

셋째로, 감정 조절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상대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으며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은 철이 들지 못한 모습이다. 직장에서 상사의 질책을 받았을 때 즉각적으로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고 개선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철이 든 것이다.

넷째로. 책임감의 부족인데, 미성숙한 사람은 책임을 남에게 돌리거나 회피하려 한다. 자신의 편의에 따라 약속을 취소하거나 늦어도 별다른 미안함을 느끼지 않는다. 철이 들기 시작하면 자신의 행동이 타인과 자신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하게 된다.

다섯째,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의 문제이다. 철이 든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삼는다. 미성숙한 사람은 실패하면 쉽게 좌절하고 남을 탓하지만,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배움을 얻는다.

된 사람의 덕목이기도 한 이 5가지는 아침마다 골목을 청소하는 이웃집 할아버지가 갖출 수도 있고, 국민을 선도해야 하는 정치인이 이 덕성이 부족할 수도 있다. 우리 국민이 불행한 이유 중 하나이다. 수감되어있는 대통령과 범죄행위로 재판을 기다리는 다수당의 대표가 생각난다. 거리에 나와 외칠 정도로 가치가 있는 인물인지 우리는 생각해야겠다. 과연 그가 이러한 덕목을 갖춘 진짜 어른인지,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 보자.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만을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부덕한 정치인을 따르며 거리의 군중이 되는 것보다 자신을 성찰하는 단독자의 자세가 어떨까 한다. 철이 든다는 것은 ‘때’를 아는 것이기에, 지금은 더 크게 외치는 것보다는 법에 맡기고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할 때임을 알자.

한 편, 철이 든다는 것은 진중하기에 어린 시절의 꿈, 낭만, 열정을 잃어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사는 게 팍팍하기에 소년 같은 마음 하나 정도 남겨 두는 것도 좋겠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마음 주머니에 꼬마 제제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백성은 세상을 바꾸려는 것보다 자신을 바꾸며 절제하고 제 분수를 지키며 산다. 열심히 하루를 살다가도 마음속 라임오렌지나무와 대화를 하는 제제가 되어보는 것은 힐링과 생동감을 줄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저도 모르게 노회해져 매너리즘이 가득 차는 것을 느낀다. 우리의 정치와 경제를 보며 답답한 심정도 든다. 한 발짝 물러나 현실을 다시 살펴보며 조심하고 자신을 성찰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숨 막히는 세상에서 숨구멍이 될 제제와 나무 하나를 간직하며 살고 싶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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