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열의 고용노동 이슈(24)]주 4일 근무, 미래를 위한 선택인가, 모험인가
상태바
[윤동열의 고용노동 이슈(24)]주 4일 근무, 미래를 위한 선택인가, 모험인가
  • 경상일보
  • 승인 2025.02.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한국생산성학회 회장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한국생산성학회 회장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주 4일 근무제 도입 제안은 한국 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주 4일 근무제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매력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과 달리 현실적인 어려움과 예상치 못한 부작용 또한 존재한다. 주 4일 근무제 도입은 단순한 근무시간 단축을 넘어,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형평성을 위한 중요한 정책적 선택이다.

주 4일 근무제의 기대효과는 다양하다. 노동자들은 여가시간 증가로 가족과의 시간을 더욱 많이 확보하고, 자기계발에 투자해 개인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곧 개인의 행복 증진으로 이어지고, 결국 사회 전체의 행복지수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근무시간 단축은 업무 집중도 향상으로 이어져, 오히려 생산성이 증대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대기업의 시범운영 결과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SK텔레콤과 포스코의 사례는 주 4일 근무제가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월간 필수 근무시간 충족시 금요일 휴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능률적인 업무처리와 워라밸 개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주 4일 근무제는 젊은 세대의 선호도를 반영해 우수 인재 유치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여가시간 증가에 따른 소비 증대로 내수 시장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주 4일 근무제 도입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경영계는 비용 증가와 업무 강도 증가를 우려하고 있으며, 자율적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주 4일 근무제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근무 시간 단축으로 인해 남은 근무시간 동안 업무량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노동 강도가 심화될 수 있으며, 이는 노동자들의 피로도 증가와 업무 스트레스 심화로 이어질 위험이 존재한다.

서비스 산업의 경우, 고객 서비스 지속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일부 산업에서는 효율적인 업무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외 사례 또한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벨기에는 주 4일 근무 청구권을 법제화했지만, 하루 근무시간 증가로 인한 노동자 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공공부문 중심의 시범 운영 결과 근로자의 삶의 만족도 향상에는 기여했지만, 재정적 부담 증가로 인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주 4일 근무제 도입이 단순한 근무시간 단축이 아닌,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한국생산성학회 회장
▲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한국생산성학회 회장

주 4일 근무제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단순한 근무시간 단축을 넘어, 다각적인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이는 단계적 접근을 통해 현실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각 산업 및 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포함한다.

첫째, 전 산업에 일괄 적용보다는 시범 사업을 통한 철저한 효과 분석 및 문제점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 다양한 산업군 및 기업 규모별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을 개선해 나가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데이터 분석 및 결과 공유를 위한 플랫폼 구축에도 투자해야 한다.

둘째, 모든 산업에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기보다는 각 산업의 특성과 기업 규모를 고려한 차별화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그리고 지식기반 산업과 노동집약적 산업 등에 대한 정책적 차등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 지원과 함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지원, 경영 컨설팅 등을 제공해야 한다. 서비스업의 경우, 근무 시간 조정에 따른 고객 서비스 지속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정부 차원의 인력 지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주 4일 근무제 도입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상호 이해와 협력,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검토돼야 한다. 정부는 노사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합리적인 합의 도출을 위한 중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노조는 주 4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잠재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경영계는 단순히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만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 효과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근무시간만 단축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개선, 디지털 전환, 스마트워크 환경 구축 등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들에게 스마트워크 도입을 위한 기술 지원 및 컨설팅을 제공하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주 4일 근무제 도입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선택이지만, 동시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모험이기도 하다. 낙관적인 전망과 함께 현실적인 어려움을 균형 있게 고려하고,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교한 정책 설계를 통해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섣부른 법제화는 오히려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시범 사업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최적의 도입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 4일 근무제는 단순한 근무시간 단축이 아닌, 한국 사회의 근로 문화를 혁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기회이다. 이 기회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감 있는 자세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한국생산성학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산업수도 울산, 사통팔달 물류도시로 도약하자]꽉 막힌 물류에 숨통을
  • KTX역세권 복합특화단지, 보상절차·도로 조성 본격화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