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의 별의별 세상이야기(3)]‘배내’가 꿈 꾸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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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의 별의별 세상이야기(3)]‘배내’가 꿈 꾸는 세상
  • 경상일보
  • 승인 2025.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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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철 울산장애인재활협회 회장

산업 수도 울산에 기업의 사회공헌 개념이 전무한 이십여 년 전, SK울산정유공장에 사회공헌팀이라는 생경한 이름의 조직이 생겼다. 이때 필자는 창단 멤버로 합류하여 업무를 배우고 익히며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평가위원으로도 활동을 하였다. 그러면서 지역 내 사회복지 현황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공공 부분이 보완 할 수 없는 사각지대나 기업차원에서 할 아이템이나 프로그램을 발굴 지원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그 당시 수십 억원이 넘는 기부 금액을 매년 지원하고 울산대공원을 무상기부채납 할 수 있었던 기저에는 수십 년간 향토기업 SK를 아껴주고 키워주신 울산 시민에 대한 최고경영층의 고마움 증표이기도 했다.

그때 결혼이민자로 불리우는 다문화가정이 울산 근교에 많이 형성되던 시기였고, 가정폭력, 이혼 등 사회적 문제가 때때로 이슈화 되곤 하였다. 어느 날 언양에서 작은 다문화공동체를 운영하고 계시는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잠시 만나서 사업 설명을 들어보고 도움 여부를 달라는 취지의 말씀이었다. 내용은 ‘배내’ 사업이라는 것이 있는데 한 번만 도와주면 이 사업은 대대손손 번창할 수 밖에 없는 상생의 생명줄 아이템이라고 하신다. ‘배내’라는 의미는 농경사회에서 가난한 농민이 남의 가축을 대신 길러서 가축이 자라거나 새끼를 친 뒤에 그 이익을 주인과 나누어 가지는 제도라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그 분과 구체적인 사업 진행 방향을 논의한 후 경영층을 설득해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공동모금회 지정기탁을 통하여 암송아지 10마리를 구입 해 언양 지역 다문화가정에 배분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에게 함부로 소를 팔 수 없는 동의서도 받고 축산과 관련된 교육활동 모임도 가질 수 있도록 지원을 하였다. 지역 내 뜻있는 수의사, 축산업 장인들의 헌신적인 지도와 노력으로 ‘배내’사업은 성공적으로 안착이 되었다. 그 이후로 또 다른 다문화가족들에게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었고 안정적인 가정 생활을 영위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최근 울산시가 종하이노베이션센터 내에 스타트업 허브를 개소한 것이나 톡톡팩토리 운영사업 시행 등은 청년창업자들에게 있어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시스템은 현대판 업그레이드 된 ‘배내’사업이고 우리 선조들이 일구어 내고 지혜롭게 다져 온 또 다른 형태의 이웃사랑이라 하겠다.

아무쪼록 보다 더 폭넓고 다양한 계층에게 ‘배내’의 의미가 확산되고 혜택이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 가져본다. 언양 넓은 들판을 지날 때마다 보이는 축사와 소 울음 소리가 그 어떤 풍경보다도 더 아름답고 구수하게 들리는 것은 ‘배내’의 그리움이 배어 있기 때문이리라.

김병철 울산장애인재활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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