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다운 집으로]한부모가정 이정이네, 아픈 엄마 대신 집안일 도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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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한부모가정 이정이네, 아픈 엄마 대신 집안일 도맡아
  • 권지혜 기자
  • 승인 2025.03.07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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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이가 청소하고 설거지하는 이정이네 집.

이정(가명, 12세)이의 하루 일과는 학교를 다녀온 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학교 앞 반찬가게에서 엄마가 주문해 준 반찬을 챙긴다. 집에 도착한 뒤에는 청소기를 돌리며 집안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청소한다. 사 온 반찬으로 저녁을 차려 먹고 설거지를 하고 나면 쉴 시간이 생긴다.

이정이가 이렇게 바쁜 이유는 따로 있다. 희귀병이 있는 엄마는 관절이 다른 사람에 비해 적어 핸드폰조차 들기가 불편하고, 성인이 된 대학생 형들은 방학 때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이 엄마와 아빠는 갈등으로 인해 이혼했고, 7년쯤 전부터 이정이 엄마가 홀로 이정이와 3명의 형들을 양육해 왔다. 이정이 엄마는 9년 전 손이 붓고 관절이 아파 병원을 찾았고, 연골이 적어 몸을 많이 사용하면 안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특히 어깨에는 연골이 없어 뼈와 근육이 붙는 일도 발생해 이를 떼줘야 한다. 2주에 1번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정이 엄마는 병원과 뗄 수 없는 사이다. 이정이와 형들은 그런 엄마의 상황을 알아 어린 시절부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엄마 대신 집안일을 도맡아 해왔다.

지난해까지는 셋째 형이 집에서 함께 지내며 집안일을 이정이와 나눠서 했지만 셋째 형이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올해부터 집안일은 오롯이 이정이와 엄마의 몫이 됐다.

이정이는 서툰 손으로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세탁기에 넣는다.

최근에는 청소기마저 고장나는 바람에 아픈 몸을 이끌고 이정이 엄마가 먼지만 조금씩 털어내는 정도다.

이정이네가 거주하고 있는 집은 LH 전세 임대 아파트로 방 3개, 화장실 1개, 거실 및 주방으로 구성됐다.

방학이 되면 내려오는 형들과 이정이, 엄마가 함께 살기엔 좋은 공간이지만 이정이가 청소를 도맡아 하기엔 넓기만 한 집이다.

이정이 엄마는 홀로 대학생 형들과 이정이를 키우고 있고 병원을 자주 가야 하다 보니 생활비가 항상 빠듯하다.

이에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전이 고장나는 게 제일 큰 문제다. 최근에는 청소기가 고장나면서 이정이가 청소기를 돌리지 못하게 됐다. 이정이 엄마는 아직 어리고 서툰 이정이가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이정이네에 주거비 지원이 된다면 집안일을 도와줄 수 있는 청소기와 같은 필수 가전들을 구입해 이정이와 이정이 엄마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유지하고 더불어 아이들을 더 잘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큰 지지와 응원이 될 것이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울산지역 주거빈곤아동 주거비 지원 문의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275·3456)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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