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갱폼 추락사고, 반복되는 비극을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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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갱폼 추락사고, 반복되는 비극을 막으려면
  • 경상일보
  • 승인 2025.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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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

지난 1월16일, 경남 김해의 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또다시 비극이 발생했다. 갱폼(일체형 거푸집) 인양 작업 중이던 50대 노동자가 17층 높이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작업자들은 그가 추락하는 순간을 눈앞에서 목격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높은 곳에서 몸이 떠버리면, 인간은 무력해진다. 건설 현장의 사고는 단순한 실수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반복되는 추락사고 뒤에는 안전 불감증과 부실한 관리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갱폼 작업은 크레인을 이용해 고층에서 거푸집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업자가 안전하게 이동하고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도 안전대 부착설비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근로자가 안전대를 걸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갱폼의 작업발판과 이동통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크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안전조치 미흡으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다.

건설 현장에서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법과 규정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관리감독자가 작업 전 근로자의 보호구 착용을 확인하고, 작업계획서를 작성해 근로자에게 교육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중량물 인양 작업의 경우, 작업계획서에는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대책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갱폼을 조립하거나 해체할 때는 근로자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와 발판을 확보해야 하고, 작업자가 갱폼 위에서 작업하는 경우 반드시 안전대를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법과 규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고에서도 강풍이 불던 날, 갱폼 인양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갱폼이 흔들리고, 근로자가 중심을 잃고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바람이 일정 속도를 초과하면 작업을 중단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공기(工期)에 맞추기 위해 작업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러한 무리한 작업이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가게 된다.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갱폼 작업 전 반드시 위험성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작업 절차와 안전조치를 사전에 계획하고, 모든 근로자에게 이를 교육해야 한다. 작업 시작 전에 10분 정도의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또한, 근로자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작업발판과 이동통로를 설치하고, 작업 시작 전 이를 점검해야 한다. 안전대 부착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작업자가 항상 안전대를 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작업 중에는 관리감독자가 근로자의 안전대 착용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기업의 책임은 더욱 커졌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는지를 입증해야 하며, 미흡한 경우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특히,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법인은 50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법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조치를 넘어, 실질적인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건설업계는 다시 한번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투자다. 지금 당장은 불편하고 비용이 들더라도, 철저한 안전관리를 통해 한 명의 노동자라도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전조치는 단순한 법적 의무가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며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최우선 과제다.

건설 현장의 사망사고는 이제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사고’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 우리가 매일 오르내리는 건물과 도로, 그리고 그 모든 인프라 뒤에는 노동자의 피와 땀이 서려 있다. 그들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산업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년 같은 뉴스를 듣게 될 것이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건설현장의 문화 자체를 바꾸고,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중대재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길이며,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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