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AI 챗봇 전쟁: 디지털 패권을 위한 전쟁
상태바
[경상시론]AI 챗봇 전쟁: 디지털 패권을 위한 전쟁
  • 경상일보
  • 승인 2025.03.14 0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2022년 OpenAI가 GPT-3 기반의 ChatGPT를 세상에 공개했을 때, 세상은 처음으로 ‘대화하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를 실감했다. 이후 Google, Microsoft, Meta를 비롯한 글로벌 IT 공룡들은 각기 고유한 AI 모델을 개발하며 기술 경쟁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고,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도 이에 가세하면서 인공지능 챗봇 시장은 말 그대로 디지털 전쟁터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 그 전쟁의 제1막을 올리는 시점에 서 있다.

현재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오늘날의 챗봇은 단순한 ‘문장 자동 완성기’가 아니다. ChatGPT를 비롯한 Bing Copilot, Google Gemini, 딥시크(DeepSeek), Claude, 그리고 각국의 토종 챗봇들은 정보 탐색, 문서 작성, 코딩, 기획, 감정 분석 등 수많은 분야에서 인간의 사고를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사용자는 더 이상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AI에게 직접 “요약해 줘” “기획서 작성해 줘” “문제 해결 방법 알려줘”라고 명령하고, AI는 실시간으로 그 요구에 응답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AI 플랫폼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향후의 디지털 패권이 결정되는 것은 더 이상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 전쟁은 단순한 기술력의 싸움이 아니다. 데이터를 확보하는 자, 인프라를 지배하는 자, 그리고 사용자 경험을 장악하는 자가 승리하게 될 것이다. OpenAI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과 함께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등에 업었고, 구글은 자사의 검색 데이터를 통해 AI의 정답률을 높이고 있다. 반면,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를 필두로 딥시크가 자국 내 검열을 통과하면서 자국민의 요구에 최적화된 모델을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네이버, 카카오, LG AI, 삼성 리서치 등 다양한 기업들이 독자 모델 개발에 나서며, 동북아 AI 삼국지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이 전쟁은 단순한 서비스 경쟁이 아니라, 사용자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전면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AI 챗봇은 단순히 응답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의 판단, 결정, 심지어 세계관 형성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AI는 특정 기사나 정보를 더 우선적으로 추천할 수 있고, 또 다른 AI는 질문에 대한 답변 톤이나 방향성을 다르게 제시할 수 있다. 결국 어떤 AI를 사용하는지가 개인의 인식과 가치관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 챗봇 기업들은 단순한 기능 고도화를 넘어서, 이용자 충성도와 플랫폼 생태계 확대를 위해 각종 전략을 펼칠 것이다. 유료 모델과 무료 모델 간의 격차 확대, 전용 앱/브라우저의 등장, AI 기반 서비스 번들링, 크리에이터나 비즈니스 사용자 대상의 커스터마이징 기능 강화 등은 이미 시작된 흐름이다. 이 전쟁은 더 똑똑한 AI를 만드는 싸움이자, 더 넓은 생태계를 누가 더 빨리 선점하느냐의 싸움이다.

그러나 이런 경쟁이 격화될수록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가장 큰 문제는 편향된 정보와 AI 독점이다. 특정 기업의 AI가 전 세계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유사한 사고방식을 주입하게 된다면, 정보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일종의 ‘디지털 획일화’가 시작될 수 있다. 또한 AI를 활용한 사이버 전쟁, 여론 조작, 개인정보 유출 등의 위험도 도사린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단위의 AI 윤리 규제와 국제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앞으로의 시대는 누가 더 많은 기능을 구현했느냐보다, 누가 더 신뢰할 수 있는 AI, 인간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보다 더 인간 중심적인 AI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다. 작금의 경쟁은 마치 과거 인터넷 브라우저 전쟁, 모바일 운영체제 전쟁처럼 보이지만, 그 영향력은 훨씬 깊고 넓다. 단순한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인류의 사고 체계를 재 정의하는 싸움, 그 전면전이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산업수도 울산, 사통팔달 물류도시로 도약하자]꽉 막힌 물류에 숨통을
  • KTX역세권 복합특화단지, 보상절차·도로 조성 본격화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