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선업 슈퍼 사이클 속 침체한 동구 부동산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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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조선업 슈퍼 사이클 속 침체한 동구 부동산 경기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5.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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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정 사회문화부 기자

울산 동구의 부동산 경기가 심각하다. 그 복잡하다는 인허가 절차를 모두 거치고도 결국 착공하지 못하고 빈 부지로 남은 곳이 동구 관내에만 최소 8곳이 넘는다. 그마저도 절반 이상은 신탁에게 넘어갔다.

방어동의 한 오피스텔 부지는 마치 거대한 매립장처럼 보인다. 굴착기 하나가 시간이 멈춘 듯 정리되지 않은 모래더미 위에 얹어져 있고 그 주위를 한 주민과 강아지가 빙글빙글 돌며 산책을 하고 있었다.

바닷가인 방어동 부지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지난해 5월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도 아직 소식이 없는 일산동의 한 아파트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곳은 건물이 완성된 상태로 운영이 중단됐고 출입을 막기 위한 장치도 꼼꼼히 걸어 잠가뒀다. 그럼에도 매일 청소년들이 들어가 담배를 피우고 소음을 만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맞은편 가게 상인들 사이에는 이 곳에서 튀어나온 쥐들이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전하동의 한 아파트는 시공사 부도로 공사 기간 피해를 본 인근 주민들이 보상을 받지 못하고 2년째 마냥 기다리기만 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외관상 피해는 크지 않지만 공사 당시 흔들림이 심했고 지반이 내려앉은 곳이 있어 안전하다고 보긴 어렵다. 한 주택은 아예 지반이 뒤틀려 결국 이사를 갔다.

분양이 되면 보수 공사를 해주겠다는 말에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주민들은 결국 시공사 부도로 요구조차 할 곳이 없어졌다. 대주단과 유치권단이 서로 협의해 분양이 재개돼 보상을 받게 되길 기다리고 있지만 남은 62가구가 전부 분양이 된다 하더라도 지급하지 못한 대금과 이자 등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지역 곳곳에서 또 다시 도시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동구청은 18일 동구의 미착공 대형 건설사업 시행사 5곳과 시공사를 초청해 간담회를 연다고 한다. 동구는 간담회를 통해 자금 여건과 분양 시장이 여의치 않아 미착공 상황이 장기화된 사업장이 다시 재가동할 수 있도록 본격적인 촉매재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분양이라도 되면 문제가 없는데 빈집이 돼버린 부지가 늘어나면서 일대 슬럼화가 우려된다”면서 “이해관계자들을 초청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업 슈퍼 사이클 속에서 동구의 부동산 경기 침체는 이례적인 일이다. 지역 경기와 부동산 시장은 결국 연동될 수밖에 없는 만큼 부동산은 물론, 지역 경제 전반에 대한 점검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은정 사회문화부 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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