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내려놓기, 혼자 그리고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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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내려놓기, 혼자 그리고 함께
  • 경상일보
  • 승인 2025.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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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필자는 사진을 전공하고 사진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을 찍고, 교육하며, 개인 작업을 통해 창작 활동을 이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에게 사진은 생계를 위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자아실현의 도구이다. 문화예술은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된 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소비 활동이다. 전시나 공연을 관람하는 것, 책과 장비를 구입하는 것, 촬영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 모두를 포함해서 필자는 사진으로 돈을 벌고 사진에 돈을 쓰고 있다.

이렇게 전공을 살려서 일하고 있는 생산과 소비의 순환이 감사하지만, 간혹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아직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불안과 조바심에 일상 전부를 사진으로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더해지는 때가 그렇다. 특히 작업이 정체되면서 ‘경제 활동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사진’과 ‘자아실현을 위한 표현 도구로서의 사진’을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면 스스로를 점검하고 재정비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소진된 에너지를 다시 채우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지만, 모든 답은 결국 사람에게 있었다. 여기에서 사람은 나와 내 주변인 모두를 말한다.

예술가에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필수적이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작업을 실험하면서 머리를 비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득 채우려 했던 것을 잠시 내려놓는 법도 배워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내면을 채우는 것은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더불어 단단한 내면을 바탕으로 더 깊이 있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인과의 관계가 필요하다. 우리는 가족, 스승, 동료, 친구 등 다양한 형태의 연대 속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는 단순한 이해관계가 아니라, 인간적인 존중과 공감을 바탕으로 할 때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비 오던 지난 토요일, 한복을 만드는 동료 예술인의 초대를 받았다. 한복집으로 운영하는 한옥 마당에서 전을 부쳐 먹자는, 어떻게 보면 예술과는 무관해 보이는 인간적인 자리였다. 그런데 처마 아래서 들려오는 빗소리, 전 부치는 소리, 동료 예술인들의 웃음소리를 듣다 보니 문득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바로 그때, ‘이 순간 정말 낭만적이다! 잊지 말고 돌아가면 다시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창작에 대한 의욕과 생업에 대한 에너지가 다시금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때로는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내면을 들여다보며, 타인과 인간적인 교류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주 사소한 순간이 잃어버린 삶의 방향성을 바로잡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일상을 보내다 또 만났으면 한다. 서로를 지탱하며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있는 여러분 모두를 존경한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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