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의 도서관 산책(3)]울산 최초의 만화전문 ‘산전만화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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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란의 도서관 산책(3)]울산 최초의 만화전문 ‘산전만화도서관’
  • 경상일보
  • 승인 2025.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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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애란 칼럼니스트 문헌정보학박사

도서관 입구 벽면이 만화로 도배된 산전만화도서관을 방문했다. 이곳은 울산 최초의 만화전문도서관으로 중구 산전 6길 산전마루 2층에 2021년 12월 개관했다. 공립작은도서관으로써 시설 규모는 272㎡로 적지만, 만화자료실과 서고에는 1만여 권의 만화를 소장하고 있다. 만화는 국가나 스토리 구성에 따라 카툰, 코믹스, 코믹 스트립스, 캐리커처로도 불린다. 서가 위에 만화 캐릭터를 축소한 피규어 그리고 큐레이션 한 베스터셀러와 신작 만화가 전문도서관임을 알게 한다.

만화책 외에도 전자 형태의 웹툰을 열람하는 테블릿 코너, 만화 그리기와 웹툰을 제작하는 만화창작실, 그림을 베끼는 ‘라이트박스’를 마련하는 등 만화전문도서관으로서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다. 만화 팬에게는 추억의 공간이자 처음 접하는 이용자는 만화 숲속에 들어선 기분이 들 것이다.

한때 만화는 독자가 만화 속 인물의 나쁜 행동을 모방하거나 공부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교사나 부모들이 금지해 왔다. 특히, 만화의 형식이 그림과 단문을 결합해 이야기를 구성하므로 전달력과 정확성이 부족한 것도 독서자료의 부적합 요인으로 작용했다. 심지어 모든 자료를 수집 범위에 넣고 있는 도서관에서조차 오락용 만화 구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오락 만화는 책 읽기를 싫어하는 어린이에게 흥미를 유발해 일반독서로의 전이에 도움을 준다. 학습 만화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게 하고 도덕적 메시지를 전달하므로 교육적 가치가 높다. 문화적 가치가 입증된 ‘슬램 덩크’는 우리나라에 일본이 알려지지 않던 때 일본 문화를 전파한 작품으로 최근까지 대출량이 많다.

이렇듯 만화의 오락적, 교육적, 문화적 가치가 인정되면서 프랑스 서점가는 2022년 베스트셀러 중에 만화 비중이 25%를 차지할 정도로 독자층이 두껍다. 만화 소비가 많은 일본이나 프랑스의 만화도서관은 대부분 유료로 운영한다. 그러나 산전만화도서관은 무료 이용이므로 경제적 부담이 없다. 평일 이용자가 평균 120여 명이며 주말에는 250여 명으로 2배 급증해 혼잡하다. 가족 단위 이용자가 주말에 많이 찾기 때문이다.

산전만화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는 일반 공공도서관과 다른 이용법을 숙지해야 한다. 먼저, 만화의 장르를 자체적으로 고안한 9개 영역 즉, 순정, 작가기밥·그래픽도서, 스포츠·무협·액션, 추리, 어린이, 판타지·모험, 역사, 청소년, 웹툰으로 구분하고 각 장르 아래에는 한국십진분류법의 분류체계와 작가 순에 따라 배열하고 있다. 책이 꽂힌 서가의 모형은 인근에 있는 조선시대의 읍성 ‘병영성’모형을 본뜬 곡선 서가이다. 서가에는 어린이와 성인 만화가 한 공간에 있지만 서로의 서가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배치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 서가를 직원과 가까운 곳에 두어 관리한다. 특히, 금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제한도서목록’ 만화는 별도로 보관해 어린이의 접근을 막고 있다.

그리고 만화는 대출되지 않고 도서관 내에서만 열람할 수 있다. 만화의 특성상, 단행본보다 전집이 많아 한두 권이 대출돼 없으면 연달아 읽을 수 없는 불편을 고려했다. 만약 이용자가 찾는 만화가 산전도서관에 없다면 타 도서관 간의 상호대차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비록 산전만화도서관이 소장 자료의 대출을 하지 않아도 중구 관할 구립도서관의 타관 만화를 신청 도서관에서 배송료 없이 대출할 수 있다.

만약 그곳에도 책이 없으면 전국의 대학 및 공공도서관이 가맹된 다른 도서관 자료를 가입 도서관으로 배달해 주는 국가상호대차제도(책바다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이나 동구에 있는 마성만화도서관 등에 원하는 만화가 있으면 직접 갈 수도 있지만 택배비를 지불하면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다. 이런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중구 구립도서관 회원카드나 전국공공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책이음카드가 있어야 한다. 특히, 책이음카드는 전국의 공공도서관에 있는 만화뿐만 아니라 일반도서까지 대출할 수 있어 유용성이 입증되고 있다.

앞으로 산전만화도서관은 만화특화 기관으로써 ‘만화 프로그램’을 체계화해야 한다. 현재 운영하는 만화 그리기와 웹툰 강좌 그리고 소단위 드로잉 멘토 프로그램은 만화를 배우고자 하는 이용자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아 참여자가 제한적이다. 어린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세대별 만화 읽기, 학년별 교과 연계 학습 만화 추천, 만화독후감대회, 만화작가와의 만남, 연례적 만화책 교환 및 기증 행사로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의 확대는 만화도서관의 전문성 강화는 물론 새로운 이용자의 유인책도 되기 때문이다.

▲ 산전만화도서관 자료실 전경.
▲ 산전만화도서관 자료실 전경.

또한, 만화 독서가 긍정적인 효과가 인정됨에도 유해성 논란은 끊이질 않을 전망이다. 만화 수집에 따른 ‘만화선정기준’과 어린이를 위한 ‘만화열람 제한지침’이 필요한 이유이다. 무엇보다 도서신청 절차를 거쳐 열람할 수 있는 ‘사서제한 도서목록’의 별치 명분도 선다. 일본의 호쿠리쿠 최초의 공립 만화도서관은 과도한 폭력, 성적, 반사회적 표현이 있는 만화, 키타큐슈시 만화박물관은 도둑과 암살자인 주인공 작품은 열람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과격한 묘사가 있는 작품이라도 TV 등에서 공개한 것을 예외로 규정한 사례는 본받을만하다.

아무쪼록 많은 시민이 만화 자원을 잘 갖춘 울산 최초의 만화전문도서관에서 병영성을 걷듯 서가를 누비며 따끈따끈한 신작과 추억의 고전 만화를 읽는 재미에 빠져 보길 바란다.

이애란 칼럼니스트 문헌정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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