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등 전국 곳곳 대형 산불]“잡히지 않는 산불에 뜬눈으로 밤 지새워”
상태바
[울산 등 전국 곳곳 대형 산불]“잡히지 않는 산불에 뜬눈으로 밤 지새워”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5.03.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3일 오후 3시께 울산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양달마을 주민들이 대피령에도 불구하고 길가에서 하염없이 대기하고 있다.
“걱정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지난 22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양달마을과 돈터마을 주민 80여 명이 옥외와 경로당 등으로 대피했다.

23일 찾은 양달마을 주민들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산불에 마음을 졸이며 걱정을 드러냈다.

양달마을로 시집온 지 46년 된 서선례(71)씨는 “지난 22일 낮 12시가 조금 넘어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간단한 불인 줄 알았는데, 마을 인근으로 번지기까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며 “발화지점이 마을에서 멀다 보니 그냥 불났네 하고 말았지만, 마을 이장이 방송, 문자, 전화로 계속해서 집 밖으로 나오라고 하니 큰 일이구나 하고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배운 대로 집 곳곳에 물을 뿌리고 대피했다”며 “연기가 계속 올라오니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마을 부녀회장 김명선(64)씨는 “어제 오전 마을 어르신들하고 일하러 갔다가 불이 난 걸 알았다. 어르신들이 밤에 산 건너로 불빛이 보여 걱정하면서 대부분 주무시지 못했다. 걱정으로 선잠으로 밤을 새웠다”며 “하루 종일 연기 때문에 눈도, 목도 매스껍고 따갑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오후 3시께까지 주불 진화가 예상됐지만, 강풍과 마른 대기로 인해 불길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확산하면서 오후 1시20분께 양달마을에 이어 오후 2시20분께 산불영향권에 포함된 462가구 주민 761명에 추가 대피령이 내려졌다.

주민들은 계속된 대피에 지쳐 길가와 경로당 인근에 주저앉아 연기가 올라오는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했다.

산불 소식을 뒤늦게 접한 사람들은 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일부 자식들은 걱정에 부모를 모셔가기도 했다.

또 수백 명의 사람이 몰려 지하수를 쓰자 물이 부족해 한때 일부 주택에 물이 나오지 않기도 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