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찾은 작천정 벚꽃길. 흐드러진 벚꽃을 보기 위해 삼삼오오 찾은 시민들은 벚꽃 아래서 사진을 찍고 가벼운 산책을 즐겼다. 대형 무대와 현수막이 설치된 축제장 주변으로는 북적였던 예년과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평소 같으면 공연 소리가 가득했던 벚꽃길은, 올해는 조용히 꽃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채워졌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작천정벚꽃축제는 이날부터 4월6일까지 울산 울주군 삼남읍 작천정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22일 울주 온양·언양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28일 예정이던 개막식과 송가인 등 가수 초청 공연 등 주요 행사가 전면 취소됐다. 일부 체험 프로그램과 푸드트럭 운영만 최소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산불은 울주를 비롯해 경북 의성, 경남 산청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축제 기간에 겨우 일부 지역에서 완진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실정이다. 축제가 열리고 있는 울주군 일대 역시 재발 방지 및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국가적 재난으로 봄나들이 분위기도 시들해지면서 지역 경제와 내수는 회복 모멘텀을 또 한번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상인들은 ‘벚꽃 특수’ 효과가 약해져 예년과 다른 분위기에 매출 감소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작천정 한 상인은 “유명 가수 공연이 취소되면서 멀리서 오는 팬층 손님들이 아예 끊겼다”며 “장사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산불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은 상황에서 흥겨운 분위기를 내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안팎에서는 ‘산불 피해 복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예년처럼 축제를 온전히 치르는 것은 어렵다’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가운데 관람객들의 분위기 역시 차분했다.
안기철(60)씨는 “행사는 없어졌지만, 오히려 조용하게 벚꽃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며 “산불 피해 지역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웠지만, 잠시나마 봄꽃을 보며 위로를 얻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 남구 무거천 일대에서 열리는 궁거랑 벚꽃축제도 산불 여파로 일부 프로그램을 축소해 진행되고 있다. 대형 공연은 취소됐지만, 포토존과 야간 조명은 유지해 시민들이 조용히 봄꽃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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