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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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5.04.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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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섭 사회문화부 기자

지난 22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에서 발생한 산불이 엿새 동안 이어지다 애타게 기다리던 단비와 함께 진화됐다. 울산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이번 산불로 축구장 1300여개의 크기에 해당하는 931㏊의 산림이 전소됐다. 기간도, 피해 면적도 역대급이었던 이번 산불 진화 기간 현장에서는 많은 해프닝과 에피소드가 이어졌다.

처음 산불 발생이 보고됐을 때는 모두가 평범한 산불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어닥친 강풍 등으로 인해 산불은 점차 확산했다. 잠시 진화가 되는듯 했지만, 언양읍 화장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울산 소방력의 공백을 노린 자연의 기습 공격이었다. 특히 언양 산불의 경우 민가가 인접해 있어, 시급성이 더 컸다. 결국 온양읍에 투입돼야 할 소방력이 언양읍으로 돌려졌다.

인근 수천명의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현장에서는 웃지 못할 일이 많이 있었다. 경찰, 소방 등이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도로를 통제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민원인이 과거 민원 처리시 계산이 잘 못 됐다며 세금을 못 내겠다는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피소에 설치된 쉘터에 묵지 않으면 숙박비가 지원된다는 사실에 부산으로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도 보였다.

산불이 진화된 지난 27일 막판까지 온양읍 대운산 일원에는 비가 오지 않아, 김두겸 시장과 현장 관계자들이 끝까지 노심초사했다. 일찌감치 우천이 예보됐지만, 점차 강우 시점이 늦춰졌고, 이러다 비가 오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오후 8시께 장대비가 내렸고, 현장에서는 환호성과 함께 진화가 완료됐다.

산불 진화에는 직접 불을 끈 소방관과 공무원뿐 아니라 경찰, 군인, 의용소방대, 자원봉사자 등 많은 사람이 손을 보탰다. 기업들도 각종 지원을 약속하거나 물품을 지원했다.

반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여자 공무원들이 산불 진화에 동원되지 않는다는 등의 헛소문이 퍼지며 남녀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그러나 현장에서 목격한 바에 의하면 여자 공무원들도 물 무게만 15㎏에 달하는 등짐펌프를 들고 산을 오르내렸다. 철제 끌개는 덤이었다.

물론 직접 현장에 투입되지 않은 공무원도 있었고, 어떻게든 현장을 가지 않으려고 당직을 바꾸거나, 연차를 사용하려 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남녀 구분이 없었다. 누구는 위험하고 힘든 현장을 피했지만, 누구는 묵묵히 현장 투입을 준비하고, 현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산불 진화에 매진했다.

혹자는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누가 가족을 뒤로 하고 본인의 목숨을 걸며 위험 현장에 자원하고 싶겠는가.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현장에서 고생한 모든 이들에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보내고 싶다.

신동섭 사회문화부 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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