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옹기마을 주민들, 공무원 수첩에 메모되는 숫자일 뿐
상태바
[이런생각]옹기마을 주민들, 공무원 수첩에 메모되는 숫자일 뿐
  • 경상일보
  • 승인 2025.04.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승진 울산장애인자립생활협회 이사

2025년 1월9일 울주군이 온양읍 외고산 옹기마을에 36홀의 파크골프장 조성을 역점 사업으로 발표하자 주민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파크골프장이 옹기마을을 가로질러 조성되지만 제대로 된 협의와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울주군을 상대로 전에 없던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울주군은 관내 파크골프 인구 증가에 따라 국토교통부의 철도 유휴부지 공모사업에 응했고 조건부 승인으로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은 농약과 비산먼지에 시달리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파크골프장 조성을 철회하던가 이주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한다. 울주군은 사업 철회나 마을 이주는 불가하다는 방침이다. 오히려 여러 매체를 통해 파크골프장 조성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인근에 남창역이 있어 교통 편의성이 높고 울주군 대표 관광지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옹기축제와 연계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매년 주민들이 감내해 왔던 불편을 볼모로 1년에 단 3일 운영하는 옹기축제 관광객 유치에만 골몰하고 있다. 주민들의 삶의 질은 무시하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고통만 가중시킨다. 이에 고산발전협의회와 외고산향토발전협의회는 마을 곳곳에 반대 현수막을 게시하며 울주군의 독선을 고발하고 있다. 문제는 파크골프장 이슈에 앞서 이 지역에 옹기마을을 조성하고 옹기축제를 개최할 때마다 주민불편 지수는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17개 광역자치단체의 관광 정책 핵심성과지표’(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2023)를 살펴보면 지역 주민 삶의 질을 지표로 설정한 지자체는 울산을 포함해서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았다. 관광객이나 축제 방문객이 전년 대비 얼마나 늘었는지, 홍보물을 얼마나 만들었는지, 지자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 수를 얼마나 늘렸는지 정도가 주요 지표다, 1년 내외, 길어봐야 2년을 기점으로 인사 발령이 나는 공무원에게 중요한 건 예산 투입 대비 산출 숫자다.

울주군은 옹기마을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면 방문객 지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울산 대표 관광지 가운데 방문객 수 꼴찌를 자랑하는 옹기마을에 있어서 나름의 해법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돈이 어떤 경로로 얼마나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옹기마을을 조성할 때도 다르지 않았다. 식당을 차리거나 카페를 열거나 기념품 판매점을 운영하거나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대체로 마을형 관광지의 주거환경 만족도는 떨어지고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과 젠트리피케이션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울주군은 이를 알면서도 무분별한 파크골프장 조성에 편승하고 있다. 지역 고유성은 사라지고 주민들은 공무원 수첩에 메모가 되는 숫자로만 여겨진다. 공무원이 휘갈기는 볼펜 한 자루에 삶의 공간이 망가지는 주민들. 사회적 책무성은 그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이승진 울산장애인자립생활협회 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산업수도 울산, 사통팔달 물류도시로 도약하자]꽉 막힌 물류에 숨통을
  • KTX역세권 복합특화단지, 보상절차·도로 조성 본격화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