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핵무장론’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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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핵무장론’의 역설
  • 경상일보
  • 승인 2025.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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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배 전 울산문화재단 대표

미국 정부가 원자력과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협력을 제한할 수 있는 ‘민감국가’ 리스트에 한국을 올렸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그렇게 한 이유를 놓고 말들이 많다. 윤석열 정부 들어 보수진영에서 자주 거론된 자체 핵무장과 12·3 비상계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북한은 우리 정치에서 불편한 상수다. 특히 북핵은 ‘꽃놀이패’처럼 이용되고 있다. 지난해 4월 북핵 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한미일 해상훈련과 한미 도상훈련이 있었다. 당시 일부 전문가는 김정은이 전쟁할 결심을 한 듯하며 6·25 직전만큼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남한을 “전쟁 중인 가장 적대적인 관계”로 규정한 상황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보수 언론은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핵 개발 또는 전술핵 배치’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해묵은 주장을 다시 꺼냈다.

그런데 북한은 왜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을까? 2006년 북한이 첫 핵실험을 했을 때 상황을 떠올려보자. 당시 한국과 미국 사회는 크게 동요했다. 한국에서는 포용정책이 공격받았고, 미국에서는 강경정책이 비판받았다. 보수세력은 노무현 정부에게 미국 정책을 따르라고 위협했고, 진보세력은 미국이 햇볕 정책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에서는 ‘한미동맹’과 ‘민족 공조’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를 놓고 싸웠던 셈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북한의 의도와 목적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은 없었다. 이 점을 가장 명확히 제시한 것은 2023년 2월 미국 국가정보국의 연례위협평가다. 김정은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권의 최고 보증”으로 확신한다. “시간이 지나면 핵보유국으로 국제적 인정을 받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진전되었는가? 북한은 2006년 이후 여섯 차례 실험을 이어왔고, 2017년 9월 수소폭탄을 실험했다. 북한은 20~60개 핵탄두를 만드는데 필요한 양의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했고 계속 진행하고 있다. 2017년 7월 미 국방정보국은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2021년 1월 김정은은 핵무기를 소형화 경량화 표준화했으며, 핵 비축을 기하급수적으로 확대하고, 전술 핵무기를 대량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기 개발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북한은 핵무기 운반체의 다양화와 성능 향상에 집중하면서 2022년 이후 80차례 이상 미사일을 발사했다. 유엔안보리는 핵무기와 모든 종류의 탄도 미사일 시험을 금지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발사 시험을 계속하면서 미사일의 이동성, 효능, 정밀성, 생존 가능성 등을 발전시키고 있다.

단·중거리탄도미사일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다양하다. 2017년 액체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와 화성-15를 발사했고, 2022년 12월 지대 혹은 잠수함 발사 고체 로켓을 시험했으며, 2023년 세 차례나 미 대륙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8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극성-2를 비롯하여 남한과 일본 및 동북아지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다양한 단-중거리탄도미사일 성능도 개선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불화살 3-31 시험 발사는 해군의 핵 작전 능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미국 본토까지 핵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면 한국은 핵 개발 또는 전술핵 배치로 북핵에 맞서야 하는가? 얼핏 보면 그래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북핵과 핵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의 안보 불안 호소에 응답해 전략자산의 정기적 전개를 약속했다. 미국은 또한 일관되게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윤 정부는 미국 정책에 호응하여 “한미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합의 및 국제 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 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을 재확인한 바 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 주장이 한국과 미국의 공식 입장과 배치된다는 말이다. 더구나 핵무장론은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는 현실적 대안적 방책이기는커녕, 북핵을 정당화하고, 지역의 핵무기 개발 도미노 현상을 불러오고, 무엇보다 미국의 불신과 전략적 외교적 경제적 ‘보복’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안보의 덫’이 될 수 있다.

김정배 전 울산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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