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교량 붕괴 사고, 반복되는 비극을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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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교량 붕괴 사고, 반복되는 비극을 막으려면
  • 경상일보
  • 승인 2025.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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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

지난 2월 25일 오전 9시 50분경, 충남 천안시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교량 상판 구조물(거더)이 붕괴되면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10명이 약 50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4명이 목숨을 잃었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루아침에 다수의 생명을 앗아간 이번 사고는 건설 현장에서 반복되는 비극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고속도로 교량 건설은 중량물 취급이 필수적인 고위험 작업이다. 특히, 교량 런칭 가설 장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는 사전 안전조치가 철저히 이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 중요한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정황이 보인다.

첫 번째 문제는 작업계획서의 미흡한 작성과 실행이다. 산업안전보건법(규칙제38조)에 따르면, 교량 작업을 수행할 때 사업주는 반드시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작업계획서에는 작업 순서, 중량물의 이동 및 설치 방법, 추락·붕괴 방지 대책 등을 포함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

두 번째로, 작업지휘자의 역할이 미흡했을 가능성이 크다. 산업안전보건법(규칙제39조)에 따르면 중량물 취급 작업이 포함된 경우, 반드시 작업지휘자를 지정하여 작업을 지휘하고 안전을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사고 당시 작업지휘자가 현장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는 의문이다.

세 번째 문제는 신호체계의 부재 또는 미흡이다. 중량물을 이동시키는 작업에서는 신호체계를 명확히 정하고(규칙제40조), 모든 작업자가 이를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작업자 간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신호 지휘자가 명확한 지시를 내리지 못했다면, 중량물 이동 과정에서 오작동이나 구조물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의 안전조치 미흡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사고는 런칭 가설 장비를 철수하는 과정에서 트러스 구조가 무너지고, 거더가 추락하면서 발생했다. 이는 구조물의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작업이 진행되었거나, 이동 중 충격으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적인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작업계획서의 철저한 작성과 이행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문서로만 존재하는 계획이 아니라, 실제 작업 현장에서 철저히 준수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교량 작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추락, 낙하, 전도, 붕괴 등의 위험을 사전에 분석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작업지휘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지휘자를 지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작업지휘자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작업지휘자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안전을 이유로 작업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신호체계를 명확히 하고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신호방법이 불분명하면 작업자들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신호체계를 정립하고, 작업자들이 이를 충분히 숙지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특히, 중량물을 취급하는 작업에서는 신호 담당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넷째,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철저한 안전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교량과 같은 대형 구조물의 경우, 설계 단계에서부터 구조적 안정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며, 시공 과정에서도 설계대로 정확히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런칭 가설 공법을 사용할 때는 거더의 처짐 현상, 수평 하중 등의 영향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험성평가 및 작업자들의 안전 교육과 의식 강화가 필수적이다. 해당작업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통해 사전 안전조치 하고, 작업 전 위험성평가표를 활용한 10분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번 교량 붕괴 사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사고를 ‘예상하지 못한 불행’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충분한 대비와 안전 조치가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다. 또다시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사고를 계기로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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