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지방간’ 술 안마셔도, 살 안쪄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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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지방간’ 술 안마셔도, 살 안쪄도 걸린다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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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천동강병원 소화기내과 신정우 전문의는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중감량과 꾸준한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 그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이른바 ‘비주류파’이지만, 라면이나 과자, 케이크 같은 고당도 인스턴트 식품 등을 즐겨왔다. A씨는 “지방간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걸리는 병인 줄 알았는데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간세포 내 지방이 5% 이상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상태를 말하는 지방간은 술을 자주 마시는 ‘주당’들의 질병으로 알려졌지만, A씨처럼 최근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이른바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증가 추세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 질환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동천동강병원 소화기내과 신정우 전문의와 함께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증가 추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환자는 2013년 20만3958명에서 2023년 26만8596명으로 10년 새 32% 증가했다. 반면 같은 시기 과도한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수는 43% 감소했다.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은 여성 보다 남성에게서 주로 발병한다. 2022년 기준 국내 20세 이상 성인의 지방간 유병률은 39.3%인데, 남성 유병률이 55.6%로 여성의 21.1%와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정우 동천동강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대부분은 살이 찐 비만한 분들에게서 나타나지만, 정상체중이거나 마른 체형에서도 대사이상 지방간이 발생하고 유병률은 약 20%로 꽤 높다”며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환자의 약 10%는 간염으로 진행되고, 이중 약 20~30%가 간경화나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간경변 발생 없이 지방간에서 간암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지방간연구회 조사 결과, 국내 20세 이상 성인 10명 중 4명은 지방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이상 지방간 유병률은 표준 체중에서 10~24%이지만, 비만에서는 58~74%까지 치솟는다. 하지만 뚱뚱하지 않더라도 내장 지방이 있으면 지방간이 생길 수 있다. 비만으로 분류되지 않은 대사이상 지방간 유병률은 약 19%에 이른다.

지방간 자체는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아 조기 진단이 어렵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간에 지방 침착이 계속돼 지방증, 지방간염, 섬유화를 거쳐 간경변증이나 간세포 암종으로 진행될 수 있다. 섬유화가 일어난 지방간염 환자를 8년간 추적했더니 26%에서 간경변증이 발생했고, 이들 중 10%에서 간암이 발병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신정우 전문의는 “대부분 환자들에서 특별한 증상이 없고 간염이나 간경변증, 심지어 간암까지 진행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많은 환자들이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혈액검사에서 간수치 상승을 발견하고 초음파 등의 추가검사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꾸준한 관리…체중감량 필수

특히,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이 지속되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57%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사망률이 2배 높고, 간 질환이나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물론 다른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지방간이 있다면 주기적인 검진을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

대사이상 지방간 치료의 핵심은 체중 감량이다. 과체중이나 비만군에서는 체중을 5% 이상 줄여야 간에 축적된 지방이 감소한다.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 등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하루에 활동대사량보다 적게 섭취하거나 1일 500㎉를 소모하는 것이 권장된다. 경우에 따라 위고비 등 약물치료가 병행된다.

신 전문의는 “대사이상 지방간은 비만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과 관련된 원인이 많기 때문에 다이어트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치료의 기본”이라며 “과체중 또는 비만을 동반한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에서 5% 이상의 체중감량은 간 내 지방량을 감소시키며, 간 내 염증 및 간섬유화 개선을 위해 10% 이상의 체중감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진료현장에서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환자들은 약물처방을 가장 원하고 있으나, 연구된 약들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최근에 FDA에서 승인된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 유사체가 미국에서 시판되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처방이 불가능하고 가격 또한 매우 비싸다”고 말했다.

술은 간 건강과 상극인 만큼, 반드시 절제해야 한다. 소주에 맥주를 섞은 ‘소맥’도 탄산가스로 인해 알코올 흡수가 빨라져 오히려 간에 독이 된다. 음식을 섭취할 때 곰팡이 발생 여부도 주의해야 한다. 견과류나 곡류 등에서 발생하기 쉬운 아플라톡신이라는 곰팡이 독소는 매우 강력한 간암 유발 물질이다. 식사 후 과일을 먹는 것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과일 속 당분은 혈당을 높여 지방간 형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신 전문의는 “질환은 진행된 상태가 될 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그렇지만 증상이 나타나면 되돌릴 수 없으므로 신체검사나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지방간을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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