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울주군 서생 에너지융합산업단지에 위치한 한 기업 로비에서 지역예술단체 ‘하실밴드’의 특별한 재즈 공연이 열렸다. 회사 창립기념일을 맞아 울주문화재단이 준비한 ‘일터로 문화배달’ 프로그램을 통해 약 20명의 임직원들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사한 것이다. 근무 시간 중 처음 공연을 관람한 직원들은 “회사에서 이런 행복한 경험을 할 줄 몰랐다”라며 “가까이서 즐기는 라이브 재즈 공연은 마치 꿈속을 걷는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나누며 일상의 작은 쉼표에 큰 고마움을 표했다.
울주문화재단은 지난 한 해 동안 100여 회의 울주문화배달 사업을 통해 울주군 각지에서 다양한 공연과 문화놀이 체험을 제공하며 약 6만7000명의 관객을 만났다. 그러나 여전히 시간적, 경제적 문제나 인접한 문화시설의 부재 등으로 문화적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이에 울주문화재단은 올해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울주군 소재 기업으로 찾아가는 ‘일터로 문화배달’을 시작했다. 이 시도는 반복되는 업무와 바쁜 일상 속에서 예술을 누리기 어려운 ‘잠재적 문화 수요층’인 직장인들이 예술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직장이라는 공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획되었다.
올해 5년 차를 맞이하는 울주문화배달 사업은 문화를 즐기는 주민들은 물론, 문화를 제공하는 문화·예술인들도 더 나은 환경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일터로 문화배달’을 통해 출연 횟수를 늘리고, 회당 출연금을 10% 이상 증액했다. 이러한 변화 덕분인지, 올해 예술단체와 문화활동단체 선정 공모에는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130여개 팀이 지원했다. 그 결과, ‘일터로&울주공연배달’에서는 클래식, 전통 음악, 무용 등 7개 장르, 20개 팀의 예술단체가 선정되었고, ‘일터로&울주놀이배달’에는 공예, 미술, 음식 등 7개 분야, 15개 문화활동단체가 선정됐다.
지난해부터 노인주간보호센터와 복지관 등에서 전통무용 공연을 선보였던 한 무용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는 무대는 항상 가슴이 짠해 오면서도, 가장 행복한 무대”라며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이렇듯 울주문화배달은 문화를 즐기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예술인들에게도 예술을 통해 마음의 온기를 나누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 같다.
어쩌면 바쁜 일상으로 지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문화로 만들어 가는 일상의 작은 변화와 쉼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울주의 큰 산불로 인해 봄에 예정됐던 소방서와 경찰서 등 공공 안전을 책임지는 이들을 위한 ‘일터로 문화배달’이 상당수 취소됐다. 항상 공익을 위해 애쓰는 많은 이들의 노고가 충분히 인정받기를 바라며, 울주문화재단의 작은 노력으로 이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잠시라도 문화로 누리는 쉼과 감동을 경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