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석유에서 수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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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석유에서 수소로
  • 경상일보
  • 승인 2025.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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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

울산이 수소경제 선도 도시로 빠르게 도약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명촌 수소충전소는 하루 최대 버스는 360대, 승용차는 1440대까지 충전이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 시설이자, 울산에서만 벌써 17번째 충전소다.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형 수소아파트도 울산에 탄생했다. 산업단지의 수소 배관망을 수소연료전지 열병합발전소까지 연결해 전기를 생산하고 발생한 폐열은 공동주택 437세대에 온수와 난방으로 공급된다. 온실가스 배출은 ‘제로’다. 오는 11월 착공 예정인 수소트램도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 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거부터 교통까지, 수소는 어느새 우리 일상 가까이에 왔다.

우리는 수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물질이지만 현실적인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수백 년간 인류가 의존해 온 석유·석탄 중심의 에너지 체계가 지구온난화로 전환기를 맞으면서, 연소해도 오직 물만 배출하는 청정에너지인 수소가 ‘해답’처럼 떠올랐다. 무엇보다 수소는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를 수소 형태로 저장해두면 필요할 때 다시 전기로 변환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산업에서도 수소기반의 전력생산을 적극 추진 중이다. ‘수소경제 로드맵’을 통해 수소를 국가 전력망에 통합하고, 에너지 수요 전반을 수소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전략이다.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 보급, 수소충전소 1200개소 확충, 2030년까지는 수소 발전 비중 15% 달성이 목표다.

그러나 수소경제 실현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하지만, 지구상에서는 대부분 물이나 유기화합물 등과 결합된 형태로 존재해, 이를 효율적으로 추출해 생산하고 저장·이송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수소경제는 수소의 생산과 저장, 이송, 활용까지 모든 과정의 생태계 구축을 의미하므로, 이 전(全) 단계에서의 기술·경제·정책적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첫 번째는 생산 단계다. 현재는 천연가스를 고온 분해해 수소를 얻는 ‘그레이수소’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면 ‘블루수소’가 되고, 재생에너지원을 사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면 가장 깨끗한 수소인 ‘그린수소’가 된다. ‘그린수소’는 가장 친환경적이지만, 높은 비용과 전력 소모가 한계이다. 따라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수소 생산방법의 개발이 요구된다.

한국동서발전은 음이온교환막(AEMEC), 고체산화물(SOEC) 등 다양한 전기분해 기술을 개발 중이며, 동해 사업소에 물 전기분해 기반의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그린수소 연구개발 클러스터를 조성해 태양광, 소수력, 풍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청정수소 전주기 실증단지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오만과의 협약을 통해 연간 22만톤 규모의 해외 그린수소 수입도 추진 중이다.

두 번째는 저장과 이송이다. 수소는 질량당 높은 에너지를 갖지만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낮아 효율적인 운송·저장이 어렵다. 고압 압축 저장도 가능하나 비용과 안전이 문제다. 동서발전은 티타늄 등 금속제 저장용기에 수소를 저장하는 고체수소 저장기술을 연구 중인데, 저압에서 장기간 저장 가능해 효율성이 높고 안전하다. 또한, 울산대, 울산테크노파크, LS전선 등과 함께 배관 내 수소 확산으로 생기는 부식과 취성을 줄이는 ‘비금속 수소배관 및 접속재 국산화’ 기술도 공동 개발 중이다.

세 번째는 활용 분야인데, 기존 가스터빈에 수소를 혼합하거나 수소 전용 터빈의 개발이 필요하다. 한국동서발전은 국내 개발 300MW급 수소 혼소 가스터빈을 실증하고, 울산에 50% 수소 혼소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HD현대중공업과 ‘무탄소 분산에너지 개발 및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소· 암모니아 엔진 기술개발과 공동사업 추진으로 수소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경제는 단순한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산업, 기술, 도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전환이다. 울산은 그 변화의 최전선에 있고, 한국동서발전은 수소 생태계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기술과 협력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제는 기술이 방향을 정하고, 정책이 속도를 내며, 산업이 기회를 만들어야 할 때다. 기술혁신이 이루어지는 순간, 수소는 비용과 공급의 한계를 넘어설 것이다. 수소는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된다. 누가 먼저 앞서가느냐가 미래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결정지을 것이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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