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장편소설로 올해의 책 선정
1974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강 작가는 8세 때 울산에 내려왔다. 울산에서 살았던 시기가 훨씬 길기에 울산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강 작가는 2012년 신라문학대상에 소설 ‘볼리비아 우표’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본격적인 활동은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쥐’가 당선되고부터다. 등단 이후 2권의 단편집과 4권의 앤솔러지를 출간했다.
강 작가는 “어릴 때부터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좋아했지만 장래희망에 작가라고 쓴 적은 없다. 20대 중반에 우연한 계기로 시나리오 창작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부터 시나리오 작가나 드라마 작가를 꿈꾸기 시작했다”며 “국어·사회 학원 강사, 요가 강사 등 여러 일을 하며 꾸준히 글을 써왔다”고 설명했다.
‘강이라’는 필명이다. ‘강’씨 성의 아버지와 ‘이’씨 성의 어머니 사이에서 ‘나’가 태어났다는 의미를 담아 강이라라고 정했다. 자신의 삶이 강처럼 잘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담겼다.
강 작가는 첫 장편소설인 ‘탱탱볼’로 울산도서관의 청소년 문학 부문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강 작가는 “울산도서관 성인독서회의 강사로 활동을 했다. 매년 회원들과 올해의 책을 읽을 때마다 부럽기도 하고 내 작품도 올해의 책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그 염원이 이뤄져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탱탱볼은 오래된 문방구를 배경으로 문방구 주인인 전직 형사와 세 아이, 개 한마리가 교감하며 우정을 나누고 연대하는 과정을 청량한 분위기로 그려낸 작품이다.
강 작가는 “탱탱볼에 등장하는 전직 형사와 한 아이는 2번째 소설집에 실린 ‘스노볼’에도 나왔다. 단편 ‘스노볼’이 장편 ‘탱탱볼’의 프리퀄인 셈”이라며 “‘스노볼’은 2019년 현진건문학상 추천작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예술에도 지역 자생 중요해
강 작가는 첫 소설집 ‘볼리비아 우표’에 수록된 단편 ‘오키나와 데이트’를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았다.
강 작가는 “제주 4·3 사건을 다룬 소설로 제주와 오키나와 두 섬을 배경으로 한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현재진행형인 역사적 사건을 소설의 소재로 가볍게 소비한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며 “반성하는 의미로 좀더 공부하고 자료 취재도 충분히 한 후 몇 년 안에 장편으로 새롭게 써볼 생각이다”고 밝혔다.
갈수록 책을 읽는 사람의 수가 줄어드는 것과 관련해서는 쇼츠처럼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과 휴대가 용이한 e북을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 작가는 “많은 예술가들이 작업실과 연습실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예술가, 시민, 행정, 전문가들이 함께 정책을 기획 및 실행할 수 있는 협의체나 거버넌스를 구축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의 기반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며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단순히 금전적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과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강이라 작가는 “행정에 지방자치가 필요하듯 예술에도 지역 자생이 중요하다. 지역 문화예술의 뿌리부터 굳건히 해야만 한국 문화예술의 줄기도 튼튼해질 수 있다.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됐으면 한다”며 “오래도록 쓰는 일에서 쉽게 멀어지지 않는 성실한 작가가 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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