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날 경찰관 두 명이 교통사고 조사차 병실에 찾아왔다. 처음에 인사를 할 때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절한 경찰관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고약한 심보를 드러냈다.
“두 분이 차를 타고 출발한 곳이 ㅇㅇ호텔이었다구요?”
“그렇다니까요.”
“출발한 시간은요?”
“한 시 반요. 아까 물어보셨는데 또 물으시네요.”
“아. 그런가요? 오해하지 마십시오.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니까요. 정확하게 두 분께선 호텔에서 무얼하셨나요?”
“술을 마셨어요.”
“정확하게 몇 호실이었나요?”
“네에?”
“두 분이 술을 마신 방 호수요? 정확하게요.”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꽥하고 내질렀다. 그 바람에 상처 위에 쇠망치를 들이치는 통증이 왔다. 숨을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 고약한 질문을 하던 경찰관이 깜짝 놀라 간호사를 불렀다. 급하게 달려 온 간호사는 경찰관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나는 간호사에게 퇴원하기 전까지는 경찰관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사고가 나던 날은 승진발표가 있던 날이었다. 김 과장은 예상했던 진급에서 누락되었다. 예상을 뒤엎고 승진한 것은 나였다. 김 과장은 나와 입사 동기였다. 항상 같은 시기에 승진하다가 이번에는 내가 그를 앞질렀다.
그날 회식은 내가 주인공이었다. 다들 김 과장의 비위를 상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회식은 10시가 되어 끝났다. 모두가 돌아가고 나서 김 과장은 나와 둘이서 한 잔 더 하자고 했다. 그의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술을 입에도 대지 못하는 나와 한 잔을 더 하자는 것은 이야기를 더 하자는 의미밖엔 없었다. 그건 자신을 위로해 달라는 의미였다.
“그럼 어디 포장마차라도 갈까요?”
“포장마차라니? 차장님을 그런데로 모시면 되겠습니까? 이젠 품위를 생각하셔야지.”
“….”
글 : 김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