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숙작가 두번째 소설집 ‘고요의 코끼리’, 취약하고 고립된 존재의 웅크린 마음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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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숙작가 두번째 소설집 ‘고요의 코끼리’, 취약하고 고립된 존재의 웅크린 마음 포착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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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본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소설이 당선돼 등단한 김동숙(사진) 작가가 두 번째 소설집 '고요의 코끼리'(푸른사상·216쪽)를 펴냈다.

2011년 본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소설이 당선돼 등단한 김동숙(사진) 작가가 두 번째 소설집 <고요의 코끼리>(푸른사상·216쪽)를 펴냈다. 2019년 소설집 <짙은 회색의 새 이름을 천천히> 이후 6년만이다.

이번 소설집은 표제작인 ‘고요의 코끼리’(20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발표지원 선정작)를 비롯해 영축문학상 수상작인 ‘눈부처’ 등 총 5건의 단편소설과 중편소설 ‘낙원 다푸르로 가는 밤’ 등 6건으로 구성돼 있다.

김동숙 작가는 두 번째 소설집 <고요의 코끼리>에서 반듯하고 치밀한 문장으로 환대와 적의, 상실감, 고독 등 삶의 한 국면에서 마주하는 감정들을 예리하고 세밀하게 그려낸다. 세상의 고요함을 진동시키는 역동적인 이야기들이 이 소설집에 펼쳐진다.

이 소설집에서는 취약하고 고립된 존재들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표제작인 ‘고요의 코끼리’는 동명의 두 사람이 등장한다. 텅 빈 통장 잔고 앞에서 살길이 막막한 ‘유희’는 새 직장을 찾는 동안 빌라 아래층 여자를 대신해 뇌병변 장애 2급의 32세 남성인 동명의 ‘유희’씨를 돌보는 일을 맡는다. 남은 삶을 코끼리와 지내고 싶다며 낡은 다마스 한 대만 남기고 떠난 아버지, 폭설이 내린 어느 날 사라진 유희씨와 길고양이 등 일련의 사건들로 유희는 자신이 얼마나 외로웠는지, 고양이가 유희씨가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또 비릿한 ‘짠바람’이 부는 항구를 배경으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을 그린 ‘짠바람이 불고 있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학생들이 침몰된 배에서 결국 돌아오지 못한 딸과 ‘보상’을 운운하는 잔인한 눈길들을 그린 ‘노란색 삼선 슬리퍼’등이 눈길을 끈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돌아갈 수도 없는 긴 터널 앞’에 서 있는 이들에게 사려 깊게 반응하고, 그들의 내밀한 마음에 귀 기울이는 저자의 모습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이순원 소설가는 “김동숙의 소설에는 아주 낯선 공간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낯선 일들이 가상공간의 일처럼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잘 아는 바로 이웃과 같은 현실공간의 일처럼 벌어진다”고 말했다.

임정연 문학평론가는 “김동숙의 소설은 존재의 모서리와 가장자리에 웅크린 마음들을 주목한다. 모호하고 수상한, 그래서 자칫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취급받기 쉬운 감정의 옹이들을 찾아내 그 응달진 세계를 자신의 문학 공간으로 점유한다”고 평했다.

김동숙 작가는 “독자들의 격려와 지지가 있었기에 두 번째 소설직을 펴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돌아갈 수도 없는 긴 터널 앞에서 내게로 와주었던 고요의 코끼리. 이 책을 읽는 분들도 자신 안의 고요의 코끼리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서울 출신의 김동숙 작가는 2011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매미 울음소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경기문화재단 창작집발간지원에 선정돼 소설집 <짙은 회색의 새 이름을 천천히>를 펴냈다. 2020년 영축문학상을 수상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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