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장트러블인줄 알았는데…” 방치하면 천공 등 합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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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장질환, “장트러블인줄 알았는데…” 방치하면 천공 등 합병증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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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승범 교수가 염증성 장질환을 호소하는 환자의 상태를 진료하는 모습.
매년 5월19일은 ‘크론병·궤양성대장염 협회 유럽연맹’에서 정한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이다.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을 조명하고, 조기 진단과 지속 치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됐다. 염증성 장질환은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 많이 발병하며 완치가 어려운 만큼 일상생활을 유지하려면 조기 진단을 통해 증상을 적절히 조절·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울산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승범 교수와 함께 염증성 장질환의 증상과 치료 및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염증성 장질환’ 4명 중 1명은 청년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7만814명이었던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 수는 2023년 9만2665명으로 5년간 약 30% 증가했다. 이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25.8% 였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 4명 중 1명은 청년층이란 얘기다.

울산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승범 교수는 “주로 서구화된 식습관과 환경적 요인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가공 식품 위주의 식생활, 불규칙한 식습관, 스트레스 등 다양한 생활환경 변화가 젊은 세대의 장 건강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질환에 대한 인식이 확산해 조기 진단 사례가 증가한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소화관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대표적이다. 증상은 주로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단순 장염이나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혼동될 수 있다.

이 교수는 “반복되는 복통이나 설사가 4주 이상 지속되거나, 체중 감소, 빈혈, 혈변 등의 증상이 동반될 경우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며 “단순 장 트러블로 오인해 방치하면 질환이 악화돼 장 협착이나 천공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젊은 나이에 장염이 반복된다면 단순 장염이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염증성 장질환과 과민성 장증후군은 전혀 다른 질환으로, 구분이 중요하다. 염증성 장질환은 알려지지 않은 원인으로 장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질환으로, 심하면 전신 건강에 영향을 준다. 복통이나 설사 등의 증상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며, 대부분의 환자에서 영양 흡수 장애가 동반된다.

이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단순한 장의 염증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리와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한 복합 만성 질환”이라며 “염증성 장질환은 빠른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 전략 뿐 아니라 외과적 판단, 정밀 영상 분석, 병리 진단, 면역학적 접근이 통합되어야 최적의 치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극 치료해야…평소 식습관 관리 중요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외견상 멀쩡해 보이는 경우가 많아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질환으로 인한 만성 피로, 심리적 스트레스 등이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고 염증을 호전시켜 장이 손상되는 것을 막거나 늦춤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게 주된 목표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스테로이드제, 생물학적 제제, 소분자 치료제 등이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이 중 생물학적 제제는 관해(증상 경감) 유도 및 유지 효과가 높지만, 고가여서 환자 개별 상태에 따른 판단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단순 증상 조절을 넘어 내시경을 통한 점막 치유나 조직학적 치유, 생물학적 지표 정상화(바이오마커 관해)까지 치료 목표가 확대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젊은 환자의 경우 조기 치료가 더욱 강조된다. 40세 이후 발병하는 환자보다 10~20대 젊은 나이에 진단받은 환자는 질병 경과가 길어질 가능성이 크고, 증상도 더 심한 양상을 보이는 사례가 많아서다. 증상이 없거나 가볍더라도 염증은 계속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꾸준히 치료받는 것도 중요하다.

염증성 장질환을 예방하려면 평소 식사 때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서 가공식품과 인스턴트식품을 줄이는 등의 식습관을 갖는 게 좋다.

금연도 필수다. 최근에는 크론병뿐만 아니라 궤양성 대장염에서도 10~20대 흡연이 발병 위험을 2배가량 높이는 연관성이 확인됐다.

이승범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난치성 질환으로, 식습관도 중요하지만 흡연 역시 중요한 요인”이라며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 흡연 시작 연령이 낮을수록 발병 위험이 커지는 만큼 청소년기 흡연 예방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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