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 연재소설]고란살(9) - 글 : 김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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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 연재소설]고란살(9) - 글 : 김태환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5.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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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반대편 차선에서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왔다고 하는데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라면 너끈하게 피해야 정상이 아닐까요?”

“그럼 저의 부주의로 사고가 났단 말입니까?”

“그게 아니라 저희는 김 과장님이 손수 운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만취상태로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난 게 아닐까요?”

나는 다시 골절부위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이 사람들은 김 과장이 자살 운전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자살을 방조하거나 도와준 것이 되는 것이었다. 저번처럼 소리를 지르려다 간신히 참았다.

“그건 사고 수습을 한 구조대원들한테 물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닙니까? 도대체 말도 되지 않는 억지를 부리는 이유가 뭡니까? 김 과장이 들었다는 보험 액수가 얼마나 된다고 그러시는 겁니까?”

“자그마치 10억입니다. 10억.”

“보험회사가 그 돈을 내놓기는 정말 아까운 것이군요. 그렇죠?”

“아까운 게 아니라 사고 유형이 워낙 독특해서요.”

“회사에서는 나를 매수해서라도 10억이라는 돈을 내놓기는 싫은 거군요?”

“매수당하실 의향은 있으신 겁니까?”

“얼마에 매수하실 건데요?”

“먼저 말씀해 보시죠.”

“그럼 9억은 어떨까요? 그래도 회사에서는 1억이 절약되는 셈이죠.”

“그렇게는 곤란하고요. 1억을 드리면 어떻겠습니까. 거저 생기는 돈이 아닙니까?”

나는 간호사 호출 벨을 눌렀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났나보다 하고 간호사가 급하게 병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시죠?”

“이 사람들 밖으로 내보내 주세요.”

간호사는 영문도 모른 채 보험사 직원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병실 밖으로 쫓겨나는 보험사 직원들의 얼굴에 당혹한 빛이 역력했다. 직원들이 밖으로 나간 다음 간호사에게 경찰관을 불러달라고 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간호사는 잠시 동안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방금 전에 녹음된 내용을 틀었다.

“이놈들 순 도둑놈들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동료를 잃어 마음 아픈 사람에게 할 소리입니까?”

간호사는 자기도 화가 난다며 바로 경찰서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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