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투표 이모저모]첫 투표 18세 소녀부터 목발 짚은 50대까지 ‘소중한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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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 투표 이모저모]첫 투표 18세 소녀부터 목발 짚은 50대까지 ‘소중한 한표’
  • 서정혜 기자
  • 승인 2025.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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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울산 울주군 범서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범서읍 제5투표소에서 유권자 행렬이 투표소 밖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울산 울주군 구영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범서읍 제4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줄지어 서있다.
▲ 3일 울산지역 대통령선거 투표소에서 미래의 유권자인 한 아이가 엄마의 투표모습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 3일 울산 북구 천곡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농소3동 제2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 3일 울산 울주군 울산상업고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대통령선거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가 인증샷을 찍고 있다.
제21대 대통령선거일인 3일 울산 지역 269개 투표소에서는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한 새내기부터 아픈 몸을 이끌고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나선 유권자까지 자신의 한 표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변화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선 유권자가 있는 반면, 뜨거운 선거 열기만큼이나 투표소 내 사진 촬영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아이 손 잡고 투표장 찾은 부모들

○…울산 중구 서동 외솔초등학교에 마련된 병영2동 제6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한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전 11시부터는 투표소 밖 학교 건물을 둘러쌀 정도로 대기줄이 길어지면서 대기부터 투표 완료까지 20~30분가량 소요됐다. 또 인근 아파트 단지가 몰린 이 투표소에는 자녀와 같이 온 30~40대 유권자들이 눈에 띄었다. 자녀와 함께 투표소 안까지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투표소 밖에서 안내 팻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어린 자녀를 안고 투표장을 찾은 김동수(41)씨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이 안정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투표했다”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남은 휴일은 가족과 여가를 보낼 생각이다”고 말했다.

두근두근 설레는 새내기 유권자

○…제21대 대통령선거일인 3일 울산 지역 투표소에는 새내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울산 학생 유권자 수는 4569명이다. 이날 오전 울산수학문화관 1층에 마련된 북구 농소2동 제3투표소를 찾은 김모(18)양은 뿌듯한 표정으로 엄마, 아빠와 함께 인증사진을 찍었다. 김양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투표였다. 어제 잠들기 전에 지갑 안에 신분증이 있는지 계속 확인했다”며 “우리나라 대통령을 직접 뽑는다는 사실이 너무 긴장되고 떨렸지만 부모님이 뒤에서 지켜봐주셔서 좋았다. 친구들에게 투표 소감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정투표소 헷갈려 두 번 걸음

○…3일 오전 울산 남구 대현동 제4투표소 대현체육관. 정문 앞에 도착한 한 중년 부부가 투표소 출입구에서 발길을 멈췄다. 신분 확인을 마친 안내요원이 “등재번호가 다른 곳입니다. 대현초등학교로 가셔야 해요”라고 설명하자 부부는 머쓱한 듯 웃으며 다시 길을 돌았다. 다행히 두 투표소 간 거리는 도보 1분이었지만, 정확한 등재번호를 확인하지 않은 탓에 잠시 혼란을 겪은 것이다. 대현체육관 투표소에는 이런 상황이 오전 내내 반복됐다. 한 유권자는 “등재번호 기준을 따라서 투표해야 하는지 모르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그냥 왔다”며 “다행히 인근 대현초와 거리가 가까워 금방 투표하면 될 것 같다”고 머쓱해했다.

사전투표 해놓고 “투표할거야”

○…3일 오전 8시30분께 울산 중구 중앙동 행정복지센터 2층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주취자로 인한 소란이 있었다. 술에 취해 투표소를 찾은 50대 남성 A씨는 신분 확인 결과 이미 사전투표를 완료한 상태였는데 “사전투표를 하지 않았으니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주장하며 투표장 진입을 시도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중구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에 의해 귀가 조치됐다. 하지만 그는 오후 1시께 다시 해당 투표소를 찾아 입구에서 안내 중인 선거사무원들에게 시비를 걸었다. 경찰은 A씨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현장에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입원 중 외출증 끊고 나왔어요”

○…3일 울산 남구 무거동 제1투표소 무거동행정복지센터 1층 민원실. 목발을 짚은 김옥화(50대)씨가 힘겹게 한걸음씩 걸으며 투표소로 향했다. 김씨는 등재번호를 아느냐는 투표사무원의 말에 모른다고 답하고 투표소 입구에서 남편과 함께 기다렸다. 이후 투표사무원은 잘못 찾아온 것 같다며 울산과학대학교 청운국제관 투표소로 안내했다. 김씨는 “병원에 2시간 외출증을 끊고 투표하러 나왔다. 내일 퇴원인데 목발 짚고는 처음 나온다”며 “몸이 불편하더라도 3년을 기다린만큼 꼭 투표하러 와야겠더라”고 말했다.

“투표부터 끝내고 라이딩 갑니다”

○…오전 6시께 울산 울주군 범서읍 울주군가족센터. 자전거 라이딩복, 등산복 등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섰다. 대부분 자전거 라이딩, 등산 등 선거 휴일을 즐기거나 밭일을 나가기 위한 주민들이었다. 회사 동료와 자전거 라이딩을 약속한 김모(51)씨는 “사전투표 때는 일이 바빠 투표하지 못했다”며 “새벽 라이딩을 약속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좀 빨리 나왔다. 저 같은 사람은 없을 줄 알았는데, 오면서 보니 꽤 많더라”고 말했다.

조선소 작업복 입고 새벽 투표행렬

○…울산 동구 방어진행정복지센터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작업복 차림의 유권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인근 조선업체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입은 한 40대 남성은 “출근 전에 잠깐 들렀다”며 투표소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주변에서도 비슷한 복장의 유권자들이 눈에 띄었다. 선거관리원은 “출근 시간에 맞춰 들르는 조선소 직원들이 제법 된다”며 “작업복 그대로 투표소를 찾은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투표소 촬영 안돼요” 결국 쫓겨나

○…이날 오전 9시께 울산 북구 농소3동 제6투표소에서 여성 유권자 1명이 투표소 내부에서 선거사무원들이 일하는 모습, 다른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모습 등을 휴대전화로 찍다가 제지당했다. 선거사무원들이 퇴거할 것을 요구하는데도 이 여성은 계속 사진을 찍었고, 결국 경찰관이 출동해 투표소 밖으로 이동 조치했다. 이를 비롯해 선거 관련 크고 작은 신고가 접수됐지만 대부분 현장에서 종결할 정도의 사안인 것으로 울산경찰은 파악했다.

운동장 주차 금지에 유권자 당혹

○…오전 9시께 울산 울주군 청량읍 문수초등학교. 투표장을 향하는 차들로 학교 입구는 차량 정체가 수시로 발생했다. 새벽부터 내린 비로 운동장이 젖자, 학교 측에서 운동장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투표장을 방문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운동장 사용을 왜 막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40대 박모씨는 “그간 투표날에는 학교 운동장을 개방해 온 것으로 아는데, 여기는 왜 주차를 못 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사전 안내라도 해주지, 차를 끌고 왔다가 주차에 더 많은 신경을 뺏기며 짜증스러운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글=정경부·사회문화부 종합, 사진=김동수·김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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