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을 쭉 뻗기 위해서는
조금 더 연해져야 한다
뭉개지면서, 우리는 자라고 있다
생각을 많이 할수록 우리는 없어져갔다
자전거 바퀴가 똑같은 길을 똑같이 지나갔다
발을 내려놓지 못하게
옆사람이 크게 부른다 메아리, 메아리를
작게 부르면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작게 불렀다
저녁은 매일 바뀌지만
밖에 둘 수 없어서
안쪽 문을 열어두었다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양파 껍질처럼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

양파는 껍질을 한 겹 한 겹 벗기는 채소이다. ‘매일의 양파’라는 제목은 양파 껍질을 벗기듯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을 함의하는 말이다.
‘팔을 쭉 뻗’는다는 구절에서 우리는 구근 밖으로 자란 양파의 싹을 떠올린다. 숨어 있던 싹이 솟아나 외부와 만나듯 우리는 팔을 뻗어 세상과 만나려 한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연해지고 뭉개져야 한다. 타인과 교류하기 위해서는 자기주장만을 고집해선 안 된다. 때론 부드럽게 굽힐 줄 알고 상처받고 무너지기도 해야 한다.
그러면서 양파의 껍질 같은, 같은 길을 지나가는 자전거 바퀴 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그런 일상에서 진정한 교감이나 소통은 쉽지 않다. 어떤 반응을 이끌기 위해서는 크게 소리를 질러야 하지만, 화자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작게 불렀다’. 아마 상대는 화자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소통은 실패할 것이다.
화자는 밖에 내보이지 못하는 감정들을 안에 두고 문을 열어 둔다. 자신과의 대화일까? 양파는 껍질을 벗겨 자신을 드러내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 그 안쪽 가장 깊은 곳엔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것이 들어있다. 어쩌면 시인은 그것을 조용히 시로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송은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