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울산 곳곳에 길고양이 급식소 ‘캣맘 갈등’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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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울산 곳곳에 길고양이 급식소 ‘캣맘 갈등’ 지속
  • 주하연 기자
  • 승인 2025.08.13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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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곳곳에 설치된 사설 고양이 급식소. 주민들과 캣맘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법적 해석에 따라 지자체의 대응도 달라져 갈등 조정이 쉽지 않다.
▲ 울산 곳곳에 설치된 사설 고양이 급식소. 주민들과 캣맘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법적 해석에 따라 지자체의 대응도 달라져 갈등 조정이 쉽지 않다.
▲ 울산 곳곳에 설치된 사설 고양이 급식소. 주민들과 캣맘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법적 해석에 따라 지자체의 대응도 달라져 갈등 조정이 쉽지 않다.
울산 도심 곳곳에 설치된 길고양이 사설 급식소를 둘러싸고 주민과 ‘캣맘’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악취·소음·위생 문제와 안전사고 우려를 이유로 철거를 요구하는 반면, 생명 보호를 중시하는 캣맘들은 길고양이의 생존권 보장과 인도적 보호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법적 해석에 따라 지자체의 대응도 달라져 갈등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2일 찾은 울산 중구 병영2동의 한 인도 옆 수풀 속. 가까이 다가가니 박스와 장판을 덧댄 작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안에는 고양이 사료와 물그릇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 ‘급식소’임을 짐작케 했다.

그 옆에는 케이지 두 개가 놓여 있었고, 안의 고양이 두 마리가 연신 울고 있었다. 케이지에는 ‘중성화 수술 후 회복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수풀 속에 숨겨진 이 시설물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추거나 고개를 갸우뚱했다.

주민 정모(72)씨는 “냄새도 나고 울음소리도 들려서 가까이 가봤더니 고양이와 함께 사료가 가득 있었다”며 “생명을 구하는 좋은 취지라는 건 알지만, 개인이 감당하지 못해 이렇게 외부에 두는 것이 과연 옳은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비슷한 광경은 남구 무거동에서도 목격됐다. 한 공영주차장 옆 상자 안에는 고양이 사료 그릇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남구도시관리공단이 부착한 ‘철거 계고서’가 붙어 있었다. 계고서 옆에는 사료를 둔 사람이 쓴 것으로 보이는 “개인의 사유재산에 피해를 입히면 고발 조치하겠다”는 경고문도 함께 나붙었다.

남구도시관리공단 관계자는 “사람과 차량 통행이 잦은 곳에 이런 시설물이 있으면 고양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사고 위험이 있다는 민원이 접수돼 3차례에 걸쳐 계고서를 부착했다”며 “공공기관 부지라면 민원에 따라 불법 적치물로 보고 철거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이 또한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함부로 철거하면 민사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법적 해석에 따라 대응이 달라져 처리가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심 속 사설 급식소를 둘러싼 갈등은 울산 곳곳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길고양이를 ‘유해 동물’로 보는 시각과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여기는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공존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지역 커뮤니티에도 “아파트 주차장에 고양이 먹이를 두지 말아 달라. 악취 때문에 생활이 어렵다”는 글이 올라와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과 생명 보호를 중시하는 캣맘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한 달에 10건 안팎의 관련 민원이 접수된다”며 “민원인과 캣맘 측의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중재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글·사진=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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