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컬렉터 특별 소장전 ‘이방인의 시선: 인물, 풍경, 근대를 담다’가 오는 25일부터 9월11일까지 현대백화점 울산점 2층 아트월에서 열린다.
현대백화점의 아트스테이지 시즌을 맞아 갤러리 아리오소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서는 울산 컬렉터인 구철회·김화미 부부가 소장한 근대기 일본 거장들의 서·동양화 작품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조선을 사랑했던 일본 작가들은 식민지 시기의 조선을 단순한 기록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그 안의 사람과 풍경, 삶의 결을 예술적 감성으로 담아냈다.
외부자의 시선에서 비롯된 작품들은 그 시대 조선의 자연, 인물, 정서를 고스란히 품고 있으며, 단순한 기록을 넘어 근대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창으로 기능한다.
윤태희 갤러리 아리오소 대표는 “이번 전시는 단순히 일본 작가의 조선 묘사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 수집가의 예술적 안목과 역사적 감각이 만난 소장품을 통해 예술과 기억, 시선과 시간의 관계를 사유하게 한다”며 “낯선 이의 시선 속에 비친 익숙한 조선을 통해 우리 안에 깃든 기억과 감각을 조용히 깨워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철회 컬렉터는 1991년 김화미씨와 결혼 후 처가에 걸려 있는 일본인 화가의 산수화를 만난 뒤 근대기 일본 거장들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해당 작품은 1923년께 오이타현에서 조선으로 건너온 사쿠마센간의 작품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컬렉션이 어느덧 20여년이 넘었다.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홍우백 작가의 ‘유절고방(幽節孤芳)(1974년)’과 야마카와 슈호 작가의 ‘조선부인(1939년)’이 있다.
홍우백 작가의 유절고방은 그가 남긴 한국 유일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술계로부터 질시를 받아 철저하게 무시 당하고 배척 받았던 홍 작가는 대나무의 절개와 난초의 고고함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조선부인은 일본에서 유형문화재로 등록한 목판화의 원형 작품이라 주목된다. 야마카와 슈호 작가가 남긴 유일한 조선 여성 그림이라는 점도 작품의 가치를 높인다.
구철회 컬렉터는 두 작품을 울산시 등록문화재로 신청했다.
구철회 컬렉터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의미 있는 전시”라며 “울산 시민들이 근대기 일본 거장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가까이서 보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의 233·5636.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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