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청정에너지 위에 미래를 짓다]저탄소 산업 전환, 사회적 합의부터
상태바
[울산, 청정에너지 위에 미래를 짓다]저탄소 산업 전환, 사회적 합의부터
  • 이다예 기자
  • 승인 2025.08.25 0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영국 런던에 위치한 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 본사.

전통 제조업 도시 울산이 탈산업화와 에너지 전환의 파고 앞에 서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 속 대규모 제조업 일자리가 무너지기 전 지역 산업 체질 개선은 필수적인 과제다. 울산은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을 앞세워 RE100 산업단지 유치에 총력전을 펼친다.

청정수소 발전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등 신재생에너지 전환 도시 모델을 그리고 있다. 제조업의 번영·쇠퇴를 모두 경험한 영국은 일찌감치 친환경 산업 전환에 뛰어들었다. 본보는 3회에 걸쳐 지역 재생과 저탄소 산업 전환을 동시에 견인 중인 영국 사례를 살펴보고, 울산이 청정에너지 초강대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짚어본다.

◇RE100 이끄는 클라이밋그룹

지난 6월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만난 샘 키민스 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 에너지담당 이사는 “한국의 경우 송전망 투자가 재생에너지 확대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산업 수요가 몰린 울산 등 동남권 지역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클라이밋그룹은 런던에 본사를 두고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운동을 벌이는 국제 민간단체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전체를 오는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특히 대기업이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하도록 이끌고, 그 수요를 정부에 보여줌으로써 정책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전세계 400여개 기업이 RE100에 가입했고, 이 중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자 등 다수의 한국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키민스 이사는 “현대차 등 한국 회원사들의 재생에너지 조달 비율은 약 12%에 불과하다. 주변국들은 30~50%에 달한다”며 “정책적 기반 마련과 기업의 적극적 전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이 기후 대응·전환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기업들이 국제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6개월, 길어도 2년 안에 재생에너지를 스스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부유식 해상풍력을 미래 산업으로 키우려는 울산에 시사점을 던지기도 했다. 울산은 전략산업 지정으로 탄력을 받는 부유식 해상풍력을 기반으로 RE100 산단으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 대전환과 지역 균형발전을 동시에 이루고자 RE100 산단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 중이다.

키민스 이사는 풍력 발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문제와 관련, “풍력 터빈에 돌고래가 부딪혀 죽는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잘못된 정보라고 해서 무시하기보다는 대화와 소통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며 “영국은 과거 10년 가까이 육상풍력 신규 입지를 허가하지 않아 큰 기회를 놓쳤다. 한국도 이격거리 등 각종 규제로 해상풍력 발전 등이 사실상 막혀 있는데,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울산을 비롯해) 한국의 제도는 기업에 불리하고 복잡하다. 해상풍력 확대는 사회적 합의를 포함한 종합적 공간 계획 아래 추진돼야 한다”며 “한국에서 RE100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근본 이유는 정치적 요인이다.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은 있지만 정치적 일관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했다.

샘 키민스 클라이밋그룹 에너지담당 이사,  매트 웹 英기후연구 싱크탱크 E3G 부국장, 줄리아 스코룹스카 PPCA 사무국장(왼쪽부터)
샘 키민스 클라이밋그룹 에너지담당 이사, 매트 웹 英기후연구 싱크탱크 E3G 부국장, 줄리아 스코룹스카 PPCA 사무국장(왼쪽부터)


◇저탄소 주도하는 E3G·PPCA

영국은 지난해 9월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인 유니퍼의 랫클리프 온 소어를 폐쇄했다. 이로써 영국은 140여년만에 완전한 탈석탄을 이루게 됐다.

영국은 탈석탄 정책을 통해 2012년 이후 석탄 발전의 급격한 감소를 이루며 2023년 영국 경제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배 이상(8억8000만t)의 배출을 피했다. 또 석탄을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며 약 29억파운드(5조44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트 웹 영국 기후연구 싱크탱크 E3G(Third Generation Environmentalism) 탈석탄 부국장은 “영국의 경험에서 중요한 교훈은 초당적 합의”라며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에 정치권 전체가 공감했기에 정책이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웹 부국장은 “새로운 부처를 만들고 대통령이나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과 예산을 뒷받침받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산업부나 환경부 안에서 타협만 해서는 이해관계에 갇혀 혁신이 어렵다”며 “전 세계 기업 97%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지했고, 78%는 10년 안에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값싼 에너지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전력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줄리아 스코룹스카 PPCA(탈석탄동맹·Powering Past Coal Alliance) 사무국장은 “석탄발전소를 문 닫은 뒤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기존 발전설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과 RE100 산단 조성 논의와 맞닿아 있다.

단순히 전력 공급원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노동 전환·새로운 일자리 창출·지역 산업 재편까지 내다보는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스코룹스카 사무국장은 “석탄발전소를 닫은 이후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가 오히려 더 많았고, 결과적으로 전환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석탄발전소 가동 시기보다 폐쇄 후 7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며 “노조, 기업, 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성공의 열쇠였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

※이 기사는 한국기자협회와 (사)넥스트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6)도시바람길숲-새이골공원
  • [정안태의 인생수업(4)]이혼숙려캠프, 관계의 민낯 비추는 거울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문성해 ‘한솥밥’
  • 양산 황산공원 해바라기 보러 오세요
  • 울산 부동산 시장 훈풍분다
  • 추억 속 ‘여름날의 할머니집’으로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