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3장 / 고니시 유키나가의 십자가 군기(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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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3장 / 고니시 유키나가의 십자가 군기(34)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8.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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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주변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주 배경이 되고 있는 무룡산 전경. 울산시 제공

고니시는 천동이 왜국 말을 모른다는 것을 알고 통역 없이 본인이 직접 조선말로 그에게 말을 건넸다. 천동은 적잖이 놀라면서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

“장군을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나이답지 않게 담력도 있어 보이는구나. 나는 점점 네가 마음에 든다. 너는 아니 그러하냐?”

“….”

“말이 없는 걸 보니 너는 아닌 모양이구나.”

“그런 게 아니오라 뭐라고 답변해야 할지 몰라서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용서하여주십시오.”

“첫술에 배부를 수야 없겠지. 오늘은 그만 쉬는 게 낫겠어. 쇼헤이는 이 아이를 거처로 안내하여라.”

미리 지시를 받아서인지 세평(쇼헤이)의 시종은 기다렸다는 듯이 날렵하게 움직였다. 맨 처음 안내된 곳은 욕실이었다. 왜국인의 옷차림을 한 여인이 그의 옷을 하나둘 벗기더니 알몸으로 만들고 그를 목욕통 속으로 들어가게 했다. 알맞게 데워진 물에 몸을 담그자 온몸이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두 명의 여인이 양옆에서 그의 몸을 씻겨주었다. 얼마 동안 목욕을 안 했는지 통 안의 물이 금세 더러워졌다.

천동은 여인들에게 알몸을 보일 때보다 더 부끄러웠다. 그런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이 통 옆에는 목욕물이 채워진 또 다른 통이 준비되어 있었다. 목욕하는 데 무려 두 식경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런 연후에 그는 미리 준비된 새 옷으로 갈아입고 숙소로 갔다. 숙소에는 음식과 술이 준비되어 있었고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공손히 그를 맞이했다.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는 동안 그의 손은 거의 쓸모가 없었다. 여인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많은 교육과 훈련을 받은 것처럼 능숙했다.

따뜻한 목욕과 포식 후의 술은 그를 취하게 만들었다. 나이답지 않게 건장한 그였지만 취기로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여인은 술상을 구석으로 치우고 잠자리를 준비했다. 시중을 들던 여인에게 이끌려서 생전 보지도 못한 깨끗한 보료 위에 그의 몸이 눕혀졌다. 여인은 그의 몸에 걸쳤던 옷을 전부 벗겼다. 건장한 몸만큼이나 튼실한 그의 하체가 여인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인도 자신의 옷을 하나둘 벗더니 알몸이 되어서 그의 몸 위에 엎드렸다.

술에 취한 탓도 있었지만 한 번도 여인을 취한 적이 없는 천동은 그저 그녀가 하는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인은 그의 온몸 구석구석을 훑어 나갔다. 그럴 때마다 처음 겪는 강렬한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꿈틀댔다. 온몸의 피가 한군데로 몰린 듯이 그의 중심은 뜨겁고 강하게 일어섰다. 여인은 그런 그를 몸속 깊숙이 받아들여서 어르고 달랬다. 화산과도 같은 폭발이 있은 연후에 여인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 손으로 이불을 끌어다가 덮고는 잠을 청했다.

천동의 동정을 취한 탓인지 그녀의 표정은 평안해 보였다. 취기가 가시지 않은 천동 또한 피곤이 더해지자 여인이 그의 몸 위에 엎드려서 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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