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흡연’이 주 원인…폐기능 검사로 진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하 COPD)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19만9119명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 유병자 중 극히 일부다. 만 40세 이상 유병률은 12.7%, 만 65세 이상은 25.6%에 달하지만, 실제 유병자 중 진단받은 환자는 약 2.5%에 그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COPD를 전 세계 사망 원인 4위로 꼽고 있지만, 국내 40대 이상 성인 10명 중 7명은 질환명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COPD는 기도와 폐에 만성 염증이 생겨 폐 조직이 점차 파괴되고, 기관지가 좁아지면서 호흡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을 말한다.
주요 원인은 흡연이며, 대기오염·호흡기 감염 등 환경적 요인과 유전·연령·성별 등 숙주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비흡연 여성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간접흡연 역시 COPD를 초래한다. 특히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실내에서의 노출은 폐에 더 큰 부담을 준다. 여기에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이 심한 날씨가 겹치면 위험은 배가된다.
COPD의 초기 신호는 단순하다. 기침, 가래, 그리고 가벼운 숨참이다. 문제는 이런 증상들이 나이가 들면 흔히 나타나는 변화와 비슷해 병원 방문을 주저하거니 꺼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평지를 조금 빨리 걸어도 숨이 가빠지고, 계단을 오르다 중간에 멈춰서 숨을 고르게 된다. 심한 경우 세수나 옷 갈아입기 같은 가벼운 집안일조차 힘에 부친다.
밤에도 증상은 이어질 수 있다. 호흡이 힘들어 자주 깨거나, 새벽녘에 기침이 심해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이렇게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전신 피로가 쌓이고, 결국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악화된다.
COPD 진단의 핵심은 폐 기능 검사다. 이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힘껏 내쉬어 나오는 공기의 양과 속도를 측정해 기도의 좁아진 정도를 확인하는 검사다. 여기에 흉부 X선이나 CT를 통해 폐포의 손상 정도를 파악하면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좋은삼정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 이규민 과장은 “증상이 경미해도 폐 기능 검사를 받으면 조기 치료로 진행을 늦출 수 있다”며 “특히 40세 이상 흡연 경험자나 직업적으로 먼지·화학물질에 노출된 사람이라면 정기 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실내 환기 자주·규칙적 운동 필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치료는 두가지로 나누어 진다. 비약물 요법으로는 금연이 대표적이다. 금연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예방하고, 질환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금연을 하면 정상적인 폐 기능으로 회복되지는 않으나 폐기능 저하 속도를 정상인의 수준까지 늦출 수 있다.
이규민 과장은 “금연은 COPD 예방과 치료의 첫 걸음이자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담배를 끊지 않으면 어떤 치료도 근본적으로 병의 진행을 막기 어렵다”며 금연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약물 요법으로는 좁아진 기도를 넓혀주는 흡입제와 객담 배출을 용이하게 하는 진해 거담제가 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주된 치료는 흡입제다. 흡입제는 폐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염증을 조절하고, 좁아진 기도를 넓혀 증상을 조절하고 삶의 질을 개선한다. 그러나 만성 폐쇄성 환자들의 대부분 고령이고 흡입력이 약하기 때문에 흡입기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양한 흡입기 제품들이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상태에 맞춰서 흡입기를 사용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는 예방 접종이다. 매년마다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을 해야 하며, 폐렴 구균 백신 접종을 통해 폐렴을 예방해야 한다. 정상인과 다르게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는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예방이 꼭 필요하다.
COPD 환자는 생활 관리가 치료 못지않게 중요하다.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불가피할 경우 KF94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한다. 호흡기 감염은 COPD 환자의 상태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독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장한다.
또한 집안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환기를 자주 하도록 해야한다. 가습기를 사용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면 호흡이 한결 편해진다. 체력 유지를 위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가벼운 걷기나 스트레칭 같은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이규민 과장은 “COPD로 한 번 손상된 폐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조기 발견과 관리로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며 “만성 기침이나 가래가 있거나,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다면 나이 탓으로만 여기지 말고 폐 기능 검사를 받아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차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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