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10)방심은 금물-장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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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10)방심은 금물-장암공원
  • 경상일보
  • 승인 2025.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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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들을 베어낸 곳 풀 향기 은은하다
소나무 밑에 있던 솔방울 긴 숨 쉰다
달 같은 노란 공원등 단풍나무 잎을 문다

비둘기 여섯 마리 주변을 살피다가
까마귀 소리 듣고 모두 다 날개 편다
얼마 후 제자리로 와 다시 부리 움직인다

까마귀 아까처럼 똑같은 소리 낸다
비둘기 아까처럼 또다시 날아간다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반복되는 이유 있다


울산 중구 성안동에 위치한 어린이공원이다. 한 번씩 계성삼계탕에서 모임을 가지곤 했지만 그 옆에 장암공원이 있는 줄은 몰랐다. 주소를 검색하여 도착했더니 바로 옆이었다. 바위와 연관을 지으면서 왔는데 바위는 보이지 않는다. 장암공원의 안내판이 많이 변색되어 바탕색이 선명하지 않다. 성안동 통정회에서 이 공원을 쾌적하고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노력한다니 곧 새롭게 단장됐으면 한다.

늦은 오후에 찾은 공원은 이제 해와 이별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부부는 두 바퀴만 더 돌고 가자는 말을 한다. 가장자리는 화단이 빙 둘러져 있어 식물들의 영역이다. 안쪽은 놀이기구와 운동기구가 차지하고 있지만 빈터가 훨씬 더 많다. 연초록 잎을 피우는 단풍나무는 잎이 대형 우산처럼 펼쳐져 있다. 비 올 때 그 나무 밑에 있으면 비를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후의 햇살이 나무 사이사이 볕뉘가 되어 그림자도 동반한다. 단풍나무 옆에 달처럼 생긴 노란 공원등 두 개가 운치를 더한다. 동백나무 주변 곳곳에 황토색의 흙이 있다. 나는 사람들이 많이 밟고 간 그 흔적에 발자국을 남겨 본다. 주변의 검은 부분과 확연히 다르다. 흙의 색깔을 보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무슨 나무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한 나무가 생을 다했다. 히말라야시다 옆에서 생장을 하다 도태된 것 같다. 새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앙상한 나무로만 남아 있다. 모두 같은 터에 뿌리를 내리지만 이처럼 생존 경쟁은 치열하다. 사람도 세상에 태어났다고 끝이 아니다. 자신의 길을 수없이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노력으로 채우며 주어진 본분을 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잔머리를 굴리거나 어렵다고 포기하거나 나태해지면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공원을 찾는 이들에게 공원을 관리한다는 느낌을 줄 때 한 번 더 찾고 싶은마음이 생길 것이다. 공원 관리자의 관심과 애정으로 인해 그렇게 되는 것이다. 풀이 없는 곳에서 비둘기들이 먹이를 발견한 것 같다. 사람들이 흘린 음식 부스러기에 길들어져 있는 모습이다.

▲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여기에서 비둘기를 제일 많이 본다. 무엇을 먹는지 궁금하여 가까이 가려는데 갑자기 까마귀 소리를 듣고 급히 날아오른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돌아온다. 잠시 후 또 까마귀 소리가 들리니 조금 전처럼 날아오른다. 어떤 암시를 줬기에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까마귀는 분명 가까운 곳에 없었고 멀리서 소리만 냈는데 말이다.

그렇다. 귀찮더라도 어떤 신호가 감지되면 먹던 걸 중단하고 저런 행동을 반복해야 한다. 까마귀가 옆에 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경계하고 조심하는 비둘기의 모습에서 생명을 오랫동안 지켜갈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나는 늘 반복되는 일상이 싫어 일탈을 꿈꿔본 적이 있다. 비둘기의 모습에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다시 점검해 본다. 새들이 날아왔다 다시 날아가는 이유, 그렇게 되풀이하는 이유 장암공원에 있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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