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3장 / 고니시 유키나가의 십자가 군기(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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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3장 / 고니시 유키나가의 십자가 군기(36)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8.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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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주변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주 배경이 되고 있는 무룡산에서 바라본 시가지 전경. 울산시 제공

“형님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고니시군의 흰색으로 된 열십자 표시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다만 기리시탄이라는 종교의 상징이라고 알고 있다. 자세한 것을 알고 싶으면 세르페데스 신부에게 물으면 된다.”

세평의 대답을 들은 후에 천동은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았다. 질문의 한계가 거기까지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한 식경 정도의 휴식을 취한 후에 천동과 세평은 연병장에 마주섰다. 천동의 검술은 충분한 설명이 없는 책으로만 익힌 것이기에 세평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쳤다. 검술의 자세를 바르게 교정하자 천동의 재능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불과 네 식경의 가르침으로 적어도 두 단계 이상의 성취를 이루었음을 직접 보게 된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의 기쁨은 배우는 제자가 뚜렷한 성취를 보일 때 크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천동에게 두 달을 가르치려고 했던 세평은 그 기간을 한 달로 바꾸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네, 감사합니다.”

점심을 먹은 후에 천동은 예수회 종군신부로 고니시를 따라온 포르투갈 출신의 신부 세르페데스에게 안내되었다.

예수회는 1534년 로욜라가 창립한 가톨릭 내의 결사 단체로 각국에서 몰락해가는 로마 가톨릭의 권위를 다시 세우고, 가톨릭 내에서 교황청의 권력을 옹호하며, 기독교를 핍박·견제하기 위해 세워졌다.

예수회는 각국에서 로마 교황청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정치, 사회, 종교, 사회조직 등에 침투하였고,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음모, 암살 등을 자행해 왔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추방된 경험이 있었다. 예수회는 종교개혁 이후 종교재판을 주도하며 수많은 기독교인을 학살하였고, 많은 나라에서 가톨릭을 유지시키기 위해 정부와 협력해 개신교인과 그리스정교인을 고문하거나 강제 개종시켰다. 당시에 수많은 개신교도 여인들이 이들에 의해서 마녀로 지목되어 도시의 광장에서 공개적으로 화형을 당했다.

예수회는 동방선교의 일환으로 중국과 왜국에 선교사를 파견하였다. 자비에르 외 두 명의 신부가 왜국으로 보내졌고, 그들에 의해서 전파된 가톨릭은 일본의 다신교적인 토속신앙을 수용하면서 일본화되어서 이름도 기리시탄으로 불렸다. 구교의 입장에서 보면 로욜라와 예수회는 이단과 신교로부터 가톨릭을 지켜내고 역사상 최초로 수많은 선교사를 해외에 파견하여 가톨릭을 부흥시킨 영웅이었다.

온화한 성품인 듯 보이지만 대단히 강인한 면이 내재되어 있는 서양신부를 만난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세르페데스의 입에서 어눌하지만 정확한 표현의 조선말이 뛰어나왔다.

“만나서 반가워요. 동방의 속담에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고 하던데, 천동과 내가 그런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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